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정위 컨슈머리포트 기대반 걱정반

한국판 컨슈머리포트가 3월 첫 선을 뵌다고 한다. 우선 기대가 크다. 제품의 가격과 성능ㆍ품질 등을 종합 평가해 우열을 가리는 컨슈머리포트는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제조사의 품질향상, 가격인하 노력을 유도하는 다목적 효과를 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월 등산화와 유모차를 시작으로 매달 2~3개씩 연간 25~30개 제품에 관한 컨슈머리포트를 온라인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미국처럼 추천상품도 함께 지명하겠다니 의욕이 대단하다.


컨슈머리포트의 성패 여부는 평가의 공신력에 달려 있다. 오늘날 미국 컨슈머리포트처럼 소비자와 생산자 양측으로부터 권위를 인정 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정위는 국가공인 품질평가기관에 시험을 의뢰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자동적으로 신뢰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평가기관 선정을 비롯해 평가항목ㆍ기준ㆍ배점 등 하나하나를 정하는 절차와 과정 그 자체부터 신뢰를 쌓아야 한다. 제조사를 포함한 전문가집단과 소비자집단의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평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적어도 초기에는 평가기관을 되도록 2개 이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이런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해야 쓸데없는 오해나 의혹을 줄일 수 있다. 제조사의 이의제기를 적극적으로 수용, 검토하고 재평가하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객관적인 평가이니 잡소리 말라는 식으로 나가서는 생산자들이 결코 마음으로 승복하지 않으며 그 결과는 컨슈머리포트의 중도하차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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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물가잡기용 수단으로 활용할 생각 따위는 아예 버려야 한다. 가격인하는 합리적인 소비자 선택과 시장경쟁에 따른 부수적 결과물이어야 한다. 본말이 전도되는 순간 컨슈머리포트는 권위를 잃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컨슈머리포트는 정부가 소비자단체에 예산지원을 하는 사업이어서 관치ㆍ관변 오해를 받을 소지가 크다.

지난 1936년 출발한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명성과 권위는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투명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끌고 가야 성공한다. 단기실적을 과시하기 위해 센세이셔널한 결과를 내려고 조급하게 달려드는 것은 자살행위이고 컨슈머리포트는 결국 용두사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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