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칼퇴근


직장인의 가장 큰 스트레스. 무엇일까. 윗사람·박봉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얼마 전 취업 포털의 조사 결과는 뜻밖이다. 사표 내고 싶은 충동 요인 1위로 야근이나 초과 근무가 손꼽혔다. 정부나 기업에서 가끔 정시 퇴근 장려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대외용. 그대로 믿었다간 '칼퇴근' 대신 '칼바람'맞기 십상이다. 상사가 자리를 뜰 때까지 눈치를 봐야 하는 샐러리맨들에게 '9 to 6'는 넘을 수 없는 벽일 따름이다.


△2004년 온라인에 등장한 일련의 포스터가 직장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적이 있었다. 일명 '무적의 야근부대'. 2차 대전 당시 모습의 군인들이 등장해 '어떠한 시련이 있어도 야근은 참석하라' '야근은 내 자식의 밥값이다'라고 외치는 모습은 처절하다 못해 비장감마저 감돈다. 이에 맞서 '칼퇴근 부대'라는 것도 만들어졌지만 그다지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밥 먹듯이 밤 늦게까지 일하는 야근부대가 압도적 위력으로 소수의 칼퇴근 부대를 패퇴시킨 결과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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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퇴근시간을 지키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유명 기업에서 정시 퇴근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결과는 인근 여관과 카페의 유례없는 호황. 야근을 할 수 없게 된 직장인들이 서류를 싸들고 몰려들어 늦도록 일했다.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후6시 땡 하면 퇴근하던 1990년대의 무서운 신세대도 외환위기의 회오리 속에 점차 기성세대의 야근 문화에 침잠해들어갔다.

△서울시 교육청이 올해부터 매주 수·금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하고 직원들을 오후6시에 강제 퇴근시키고 있다고 한다. 불까지 꺼버려 야근을 원천봉쇄하기도 했다. "인성은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에서 길러야 한다"는 문용린 교육감의 독려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걱정도 된다. 얼마 안돼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간다면 아니함만 못할 테니. 부디 칼퇴근에 실패한 다른 곳의 전철을 되밟는 일이 없길 바란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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