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우울한 오락프로


최근 한국계 미국 프로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가 미 케이블방송 ABC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댄싱 위드 더 스타(Dancing with the Stars)'에서 최종 우승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 프로의 판권을 구입한 MBC플러스미디어는 같은 제목의 프로그램을 지난 금요일 오후9시55분 지상파TV인 MBC를 통해 시작했다. 각 분야 명사들이 국가대표 댄스스포츠 선수들과 짝을 이뤄 경연을 벌이며 탈락자를 가려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오락프로그램은 보면서 즐거워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최근 대세를 이루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감동' '현실감'이라는 요소가 더해져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일반인들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등은 지금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대중에게 심어주며 큰 꿈과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가수들이 주인공인 '나는 가수다'는 각자 고유한 창법으로 이미 팬들을 이끄는 가수들이 '계급장 떼고 실력만으로 도전한다'는 의미에서 사회 각 분야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명사들의 댄스 서바이벌을 기치로 내건 이 프로는 최근 사회적 상황과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보는 내내 씁쓸하기만 했다. 물가와 금리는 잇따라 올라 서민경제에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저축은행 사태에 정ㆍ관계 인사들의 로비 연루 의혹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더욱이 같은 시간대 수많은 대학생과 일반인들은 등록금 인하를 외치며 길거리로 나서 시위를 벌이는 마당에 한가롭게 화려한 의상에 현란한 스텝을 밟는 스타들의 몸짓은 공허하기만 하다. 공영방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사회적ㆍ민주적ㆍ문화적 역할을 하는 공공성이 생명이다. 올해 말이면 4개의 종합편성채널까지 합세해 오락 프로그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공영방송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공영방송계가 만든 오락 프로그램이라면 한국이라는 국적이 분명해 해외 수출까지 가능한 정체성을 확보하거나, 남들이 하지 않아 돋보이는 창의성으로 신선함을 전하거나, 외국문화 도입을 통한 문화강국의 방향성을 잡는 등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은 갖춰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무료로 지상파를 쓰면서 갖은 혜택을 얻는 공영방송의 위상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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