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개방파고를 넘자” 신상품개발 “봇물”

◎「복권식」·「명퇴」·특별금리상품 등 잇따라/1분기중 36종 “첫선”/작년 4분기의 2배나 애향심 자극 지역이름 통장도 “눈길”금융시장의 완전개방을 앞두고 은행마다 신상품 개발에 운명을 걸고 있다. 좀 더 특색있고 눈길을 끄는 상품을 내놓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선택의 폭이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90년대 들어 사람들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주는 은행으로 발길을 옮기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됐다. 그러나 최근 고객들은 금리만 갖고는 만족하지 않는다. 뭔가 다른 서비스를 추가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돈 굴리기에 성공하면서도 사회봉사에 기여한다는 뿌듯함을 누리려는 사람이 생겨났고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파격적인 덤을 얻을 수 있는 추첨상품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고객들의 이런 요구에 화답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4분기중 은행들이 개발, 시판에 나선 금융상품은 모두 36종으로 지난해 4·4분기의 18종에 비해 배로 늘어났다. 연초부터 은행간 수신경쟁이 불붙은데다 지난 2월 은행의 지급준비율이 인하되면서 신상품을 개발할 여지가 넓어졌다. 덕분에 은행들은 정부가 정해주는 금리만 받을 수 있던 과거와 달리 파격적인 고금리를 제시할 수 있게됐다. 올들어 새로 등장한 상품은 대개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을 변형한 것들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지급준비율 부담이 적어 금리를 높게 제시할 수 있었던 상호부금상품의 개발이 활발했으나 지난 2월 은행예금의 지준율이 평균 2.1%포인트 인하되는 등 상당폭의 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 종합통장 등을 활용한 신상품이 잇따라 등장했다. 지난 4월말 현재 정기예금은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고금리 상품을 중심으로 17종이 선보였고 종합통장은 각종 공익단체에 일정 금액을 내놓는 공익상품 위주로 10종이 개발, 시판됐다. 또 지난해 하반기 6개월동안 단 2종만 개발됐던 정기적금도 1·4분기중 4종이 새로 선보여 인기를 끌고있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 25종이나 개발됐던 상호부금은 1·4분기중 불과 5종만이 개발됐을 뿐이다. 금리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약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출이 보장되는 상호부금은 그 나름의 매력을 잃지않아 여전히 많은 은행의 주력상품으로서 지위를 누리고 있다. 6개월 또는 1년이상이 주류를 이루었던 상품의 만기도 다양해지고 있다. 6개월 미만 단기상품이 잇따라 등장했고 보람은행의 「십장생정기예금」이나 동남은행의 「목돈마련일수통장」처럼 매일단위로 만기를 정하는 상품까지 선보였다. 일정 기간만 판매하는 한시상품도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고금리 확정상품」이라는 공통된 특성을 가지는데 대부분 창립 기념일을 전후해 시판되고있다. 한국금융 1백년을 상징하는 조흥은행 창립 1백주년을 맞아 등장한 「100년 사은부금」이나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당첨 50예금」, 역시 창립 30년을 맞은 주택은행의 「파워알찬 상호부금」, 대동은행이 사옥신축기념으로 내놓은 「이자마니 스마일통장」 등이 모두 한시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대동은행과 주택은행은 6월30일까지, 장기신용은행은 5월30일까지 시판할 예정이며 외환은행도 상호부금의 일종인 「KEB30 사은저축」을 선보였다. 이들 한시상품은 마지막 두번의 월부금 납부를 면제하거나 2%포인트 가량의 우대금리를 보장하는게 대부분이다. 또 장기신용은행처럼 추첨을 통해 최고 8%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경우는 이미 고전에 속한다. 조흥은행도 「흥부박타기예금」이란 정기예금 상품을 통해 이같은 추첨제를 운영중이다. 정기예금의 경우 시장금리 연동형 상품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이나 1년만기 금융채의 수익률에 따라 매일매일의 금리가 정해지고 이 금리를 만기까지 보장하는 이들 정기예금은 늘 「고수익보장」이란 꼬리표를 달고있다. 추첨형식은 아니지만 특별금리를 지급하는 하나은행의 「꿈나무플러스」도 비슷한 원리로 개발됐다. 대학입학때는 성공축하금리로 연 14%를, 수석입학때는 연 18%의 수석축하금리를 각각 주게된다. 아이디어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상품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몰아친 명예퇴직바람을 타고 창업서비스를 제공하는 「명퇴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국민은행의 「뉴스타트통장」이 대표적인데 창업자문에 응하고 필요한 창업자금도 빌려주고 있다. 은행이 고객수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각종 공익사업에 출연하는 상품도 여전히 인기다. 99년 동계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강원도의 특성을 살려 강원은행은 「반달곰 정기적금」을 개발, 세후이자의 1% 상당액을 아시안게임 후원기금으로 출연하기로 했다. 낙동강 수질오염에 민감한 부산, 경남 주민들의 정서를 잘 아는 동남은행은 「낙동강 맑은물통장」을 개발했다. 낙동강 수질개선단체에 돈을 내놓는 상품. 광주은행의 「남도사랑통장」도 마찬가지 공익상품이지만 은행이 출연하는 금액이 세후이자의 30%에 이른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대구은행은 아예 의성사랑통장, 고령사랑통장, 성주사랑통장, 청도사랑통장 등 특정 군지역 이름을 갖다붙인 공익상품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이왕이면 우리 고장 이름이 새겨진 통장을 갖겠다는 지역주민들의 애향심을 자극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수협의 「독도사랑통장」도 독도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남다른 감정을 활용하고 있다. 농협은 농촌출신 도시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았다. 자유로우대 학생적금은 농촌봉사활동 체험서비스를, 농산물 홈쇼핑통장은 농산물 무료택배서비스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테마나들이통장에 가입하면 농촌민박이나 관광농원을 알선하는 서비스도 제공된다.<손동영> ◎“금리만으론 이젠 안된다”/부대서비스 “백태”/채무자에 상환예정일 3일전까지 통보/무인점포선 취업·생활·지역정보 등 제공 은행들이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는 고전적인 영업행태를 탈피한 지는 오래다. 은행이 친절해졌다는 얘기도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한 후발시중은행은 출범 초기부터 고객들이 출입문을 들어서자마자 전 직원이 일어나 『안녕하세요』를 외쳤다. 신선한 발상이었지만 초창기만해도 그런 대접에 익숙치 않았던 고객들은 당혹감을 느껴고 서둘러 나와야 했다. 그러나 이젠 그런 분위기가 전혀 새롭지 않게됐다. 그만큼 은행에서 대접받기가 익숙해졌다는 반증이다. 은행은 이제 더운 여름날 에어컨 바람을 즐기기 위해 모여들던 동네 사랑방 수준에서 확실히 벗어나 토탈금융서비스 기관으로 변모했다. 물론 『돈을 맡기는 고객에게는 친절해도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에겐 냉담하다』는 불만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국내 은행들은 분명히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요즘 은행들은 고객이 수시로 불만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별도의 전화를 설치해 놓고 있다. 물론 그 내용은 녹음돼 전 영업점에 방송되기도 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미은행은 거래고객의 불만전화를 녹음해 매주 1회 영업시간전에 직원이 듣도록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고객의 불만사례를 5백개의 유형으로 정리한 「고객의 소리500」라는 책자를 지난해 9월 발간,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고 국민은행은 거래고객이 업무와 관련해 제안을 할 수 있도록 「고객제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안내용이 좋은 고객에게는 상과 기념품을 주고있다. 여신관련 약관을 고객에게 유리하도록 고치는 일은 은행서비스의 핵심이다. 은행들은 늦어도 오는 6월부터는 32개의 새로운 여신관련 표준약관을 사용하게된다. 새로운 여신약관의 핵심은 「은행의무 강화」, 「채무자보호 강화」, 「담보제공자 및 보증인 보호」 등 3가지. 우선 은행은 채무자의 원리금 상환예정일 3일전까지 반드시 상환일이 왔음을 채무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담보제공자의 경우 채무자의 변제로 담보채무가 소멸되면 이를 즉시 통지, 근저당권 말소요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출금 갚는 날을 몰라 억울하게 연체이자를 무는 사례를 막자는 취지다. 채무자보호는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없애는 방법을 택했다. 종전엔 은행에 채무가 있는 사람이 제3자에게 다시 채무를 지게되는 경우 제3자는 은행의 서면동의없이 채무자의 재산에 담보권을 설정할 수 없었다. 새 여신약관에선 이 조항이 삭제됐다. 고객이 담보물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던 규정도 사라지고 대신 담보물을 멸실 또는 훼손하는 경우에만 은행의 사전승낙을 받도록 했다. 담보제공자에게 그만큼 자유가 주어진 셈이다. PC(개인용컴퓨터)로 대출을 해주는 은행도 여럿이다. 국민은행과 제일은행이 이미 PC대출서비스를 시작했고 조흥, 한일은행도 곧 뒤따른다. 1천만원까지는 신용으로 2천만원까지는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실시한다. 카드관련 서비스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달중 선보일 지하철 및 전철겸용 신용카드 일명 「패스카드」가 대표적이다. 대구은행이 대구상호신용금고와 업무제휴를 맺고 발급하는 「파랑새제휴카드」를 가진 사람은 은행과 신용금고를 모두 편하게 거래할 수 있다. 자동화기기를 좀 더 편리하게 개선하는 작업도 활발하다. 기업은행은 현금카드 없이 통장만으로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다는 점에 착안, 현금 및 수표출금과 계좌송금이 가능한 제도를 실시중이다. 대부분 은행은 이제 전국의 수천개 자동화기기를 중앙에서 집중관리, 기계고장시 즉시 출동해 수리하는 등 고객 불편을 덜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PC나 무인점포에 사이버뱅킹시스템을 도입해 여러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 늘고있다. 무인점포에 설치된 멀티미디어PC, 고성능카메라, 카드발행기, 장표인지용 레이저프린터 등 첨단기기를 통해 원격지에 있는 가상점포 직원과 화면을 보고 대화하면서 은행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대구은행의 경우 예금이나 출금은 기본이고 각종 조회 및 사고신고, 취업정보 및 생활정보, 지역정보 제공, 예금이자 계산, 고객건의사항 수렴 등 종합서비스가 가능하다. 서울은행의 이지뱅크는 종합주가지수 등 증권정보, 뉴스, 일기예보 등이 액정화면이 부착된 다기능전화기를 통해 제공된다. 미래의 은행서비스는 첨단을 달린다. 계좌별 잔액, 공과금납부일, 적금이체일 등 개인의 온갖 금융정보를 통합관리하는 「개인금융종합관리시스템」이 도입될 날도 머지않다.<손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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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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