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본말 뒤바뀐 정당 연구소 후원금 추진

새누리당이 한해 45억원 안팎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여의도연구소에 후원금 모금과 수익사업을 허용하는 법 개정에 본격 나섰다. 여연의 자율성ㆍ정책역량과 시민교육활동 강화를 위해 지난 4월 혁신방안을 확정한 데 이어 이를 구체화한 정치자금법ㆍ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민주당도 싫지 않은 기색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정당에 금지된 후원금 모금을 부설 정책연구소에 허용하는 것은 주객(主客)과 본말(本末)이 뒤바뀐 것이다. 지난 2004년 폐지된 정당후원금을 편법으로 허용하는 우회로를 열어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후원금 등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워 준조세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부작용을 줄이겠다며 후원회의 연간 모금한도(국고보조금의 3분의1) 제한, 일정액 이하의 개인후원금만 허용, 기부자 실명ㆍ액수 공개 방침을 밝혔지만 압력을 받은 기업이 임직원을 내세워 '쪼개기 후원'을 하는 것까지 막기는 어렵다.


외부 연구용역 수주와 출판물 판매 허용도 부작용이 적지 않다. 관련법안ㆍ예산안 등이 우호적으로 처리되기 바라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ㆍ경제단체는 보험을 드는 심정으로 여야 정책연구소에 연구용역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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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정치자금법에는 정당이 국고보조금에서 선거보조금을 뺀 경상보조금의 30% 이상을 정책연구소에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시어머니 격인 정당을 거쳐 전달되고 정책연구소장의 독립성ㆍ자율성이 떨어지다 보니 정책개발보다는 선거 관련 여론조사 등 당에서 원하는 목적에 쓰이는 비중이 크다. 보조금의 세부 지출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의원발의 법안의 목적이 연구소의 자율성과 정책역량을 높이는 데 있다면 국가가 정당을 거치지 않고 연구소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고 독립성이 보장된 연구소 이사회가 자율적으로 자금을 집행하도록 법령을 고쳐 시행하며 효과를 지켜보는 게 순리다. 세부 지출내역 공개로 투명성도 높여야 한다. 논란이 큰 후원금 허용 문제는 그 뒤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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