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드레스코드의 맨 얼굴


드레스코드(Dress Code). 우리말로 '적절한 옷차림'에 해당되지만 중국은 착장수칙(着裝守則), 일본에선 복장규정(服裝規定)이라 쓴다. 조금씩 달라 보여도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강제성이 없기에 우리말 표현이 알맞게 보이기도 하고, 예전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칙과 규정 이상의 엄격한 구분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나 일본의 단어 용례도 수긍할 수 있고….


△복식의 역사는 신분의 역사와 맥이 닿는다. 자주색 테두리 토가는 로마 원로원 의원들의 특권이었다. 영국 튜더왕조 시대에 모피는 고위귀족만, 벨벳은 기사의 부인들만 걸치거나 입을 수 있었다. 하와이의 고래 이빨, 아메리카 원주민의 독수리 깃털은 추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동양권에서는 기원전부터 색으로 임금과 문무백관, 백성을 구분 지었다. 조선은 망건의 당줄을 당겨주는 관자(貫子)마저 신분에 따라 재질과 크기, 문양까지 제한했다. 하늘색 바탕에 끝이 남색인 저고리는 남자 아이를 낳은 여성만 입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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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법의 연장선에서 금기의 언어였던 드레스코드는 문학작품에도 녹아 있다. 스탕달의 '적과 흑'에서 출신은 비천해도 영민한 미소년 줄리앙 소렐은 정치권력(군복ㆍ적색)과 종교권력(사제복ㆍ흑색)을 꿈꾸다 비운을 맞는다. 신라호텔은 한식당에 한복 차림 출입을 막는 드레스코드로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역(逆)도 있다. 연미복을 싫어하던 고 노무현 대통령은 외국방문 국빈만찬에서의 정장 차림을 우겨 관철시켰으나 미처 통보를 받지 못한 수행원이 연미복으로 참석하는 바람에 뒷말을 낳았다.

△요즘의 드레스코드는 격식 파괴와 동류의식 확인의 언어다. 면바지 차림의 의원선서 시도도 있었고 창의성 발휘를 위해 자유복을 권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커플룩이나 지정파티복은 동류의식의 소산이다. 2012년 초 사상 첫 여성 여야대표끼리 만났을 때 바지정장 이 부각된 것도 화합을 바랐기 때문이리라. 청와대는 3자 회담에 앞서 야당대표의 드레스코드까지 지정했다가 반발을 사자 '실수'라고 해명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정희에, 청와대까지 실수가 왜 그리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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