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14 법률시장 로펌 대표에 듣는다] <3> 김재훈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사소한 2%'까지 챙겨 질적 성장해야죠

두 번 발걸음 하지 않게 고객 배려하는게 진짜 일류

팀간 협업으로 시너지 발휘… '원 팀, 원 바디'가 장수 비법

"소속 변호사와 직원들에게 '부족한 2%를 채우라'고 주문합니다. 의뢰인이 두 번 걸음 하지 않게 필요한 사항을 미리 파악하고 대응하는 게 바로 광장의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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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사진)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는 광장의 차별성과 강점을 묻는 질문에 "일류 호텔은 찻잔과 물그릇 배치도 뭔가 다르다"는 다소 뜻밖의 비유로 답했다. 여기에는 사소한 것 하나라도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배려해야 전체적인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김 대표는 로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아무리 해당 분야에 능통한 전문 변호사가 사건을 맡는다고 해도 의뢰인의 시각에서 보면 '아쉬운 2%'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물그릇 배치 하나에도 신경 쓰는 자세로 고객을 대하는 로펌이 진짜 일류"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강조한 '디테일의 힘과 질적 성장'은 직종과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을 위한 비책일 수 있다. 하지만 성공과 비책을 언급하기엔 지난해 법률시장은 너무나 급박하게 돌아갔다. 시장 침체는 로펌을 질적 성장은 커녕 양적인 면에서도 어렵게 만들었다. 대형 로펌조차도 위기론에 휩쌓였던 터라 일부 로펌은 성장보다 어쩌면 생존에 더 매달려야 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불황 속에서도 '일 잘하는 로펌이 결국 살아남는다'는 신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전문 영역별로 최고를 유지하면 매출도 오르고 궁극적으로 생존을 넘어 성공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소신은 불황 속에서 빛을 발했다. 경쟁 로펌들의 지난해 실적이 뒷걸음질치는 동안 광장은 예년과 같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외형을 키우기 위해 마케팅에 치중했던 경쟁 로펌들이 주춤하는 동안 법률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력했던 광장은 남다른 성과를 거둔 것이다. 김 대표는 "광장은 30여개 전문 영역에서 계속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것이 안정적인 성장을 한 배경"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광장은 지난해 초 영국 유명 법률 전문지 '체임버스 앤드 파트너스(Chambers and Partners)'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로펌을 대상으로 뽑는 '체임버스 아시아·태평양 어워즈'에서 국내 다른 로펌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가 올들어 소속 변호사들에게 제시한 키워드는 '원 팀, 원 바디(One team, one body)'다. 업계의 특성상 협업을 강조하는 원론적인 메시지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원 팀'이야말로 로펌을 오랜 기간 살아남게 할 비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일부 다른 로펌의 경우 한 지붕 아래 여러 가족이 함께 사는 '별산제' 형태를 취하는데, 이는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중재팀이나 조세팀, 형사팀 등이 각자 사건을 수임해 '따로 먹고 사는' 시스템은 긴 안목으로 봤을 때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이제는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분야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분석해야 한다"며 "실제로 그런 사건들이 많이 들어오는 있는 만큼 팀간 협업으로 시너지를 발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광장의 모든 소속 변호사가 한 식구로 여기고 일하는 전통을 지키고 이어가는 이유였다.

김 대표는 로펌의 미래에 대해 "아웃바운드(Outbound·해외 진출)가 기업의 살 길인 것처럼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을 돕는 게 국내 로펌의 활로"라고 말했다.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법적인 걸림돌이 없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해외 사업 확장이 무리하다고 판단이 들면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것이 로펌의 역할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로펌의 역할과 함께 법조인 양성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제는 소송을 잘하는 법률가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배경과 경력을 갖고 사회 전반의 현상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외국법 관련 일은 외국변호사한테만 맡겼다면 지금은 국내 변호사가 국내 사무실에서 100% 사무를 처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이런 변호사가 많아져야 한국 기업의 발전도 있다"고 전했다.

올해는 국내 법률시장의 2차 개방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지난 2011년 7월 한-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2년으로 국내에 진출한 영국계 로펌이 지난해 7월 2차 개방을 맞은 데 이어 미국계 로펌은 오는 3월부터 2차 개방기에 돌입한다. 외국법과 관련된 업무만 할 수 있었던 1차 개방과 달리 외국 로펌은 국내 로펌과 공동으로 국내법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외국 로펌들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 로펌들은 그 동안 국내 사무소를 전진기지 삼아 수면 아래서 움직이고 있었지만 2단계 개방 이후 서서히 활동 영역을 넓힐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재 외국 로펌의 국내 사무소들이 마케팅과 사건 수임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에서의 입지를 늘리는 데 힘을 쏟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3단계 완전 개방이 이뤄진 이후다. 김 대표는 "3단계 완전 개방이 이뤄지면 종국에는 국내에서 외국계 로펌 20개 가운데 2개 정도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2개 로펌이 갖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현재 과점 형태로 구성돼 있는 국내 로펌업계에서 국내외 대형 로펌 몇 개가 상위 순위를 모두 차지해버리는 상황을 연출하며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로펌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나더라도 광장의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국에서 일 잘한다고 알려진 슬로터 앤 메이(Slaughter and May)는 순전히 일 열심히 해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며 "광장이 준비하고 있는 방향으로 잘 진행되면 2~3단계 시장 개방이 진행되더라도 (광장은)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e is…

△ 1956년 전북 고창

△ 전주고, 서울대 법대

△ 제23회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13기)

△ 1986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 1992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 취득

△ 1994년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 2006년 ICC 코리아

국제중재위원회 위원

△ 2008년 국가경쟁력강화위

원회 자문위원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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