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둔 여야가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키는 대중교통육성ㆍ이용촉진법 개정안(의원입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다 전국적 파업을 앞세운 버스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정부의 반대에 밀려 처리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여야는 택시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고 택시 이용자의 안전과 서비스 제고 등을 위해 택시의 대중교통수단 인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택시기사 근로조건 등 해결책 못돼
하지만 몇 가지 짚고 넘어갈 사안이 있다. 먼저 택시 운행성과를 따지는 지표 가운데 실차율(전체 운행거리 중 손님을 태우고 영업하는 거리의 비율)을 보자. 지난 2011년 서울 택시 1대의 1일 평균 주행거리는 434㎞, 이 중 손님을 태우고 영업한 거리는 257㎞(실차율 59%)였다. 주행거리의 41%(176㎞)를 손님 없이 운행한 점을 감안하면 5%의 수송분담률을 위해 자가용 승용차 기준으로 8.2%의 교통량을 감내한 셈이다. 이처럼 택시 운송효율이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은 물론 자가용보다도 크게 떨어진다.
더구나 택시의 1일 평균 운행거리는 일반승용차(약 50㎞) 8대 이상을 합한 것과 맞먹는다. 서울의 택시 7만5,000대 가운데 약 20%의 운휴(運休)택시를 빼면 하루 평균 약 6만대가 매일 운행하므로 승용차 기준으로 48만대(지난해 서울 승용차 231만대의 21%) 이상의 교통량을 유발하는 셈이다.
서울의 버스 수송분담률은 30% 수준으로 1일 이용인구는 888만명(2009년)에 이른다. 택시가 대중교통화 돼 버스전용차로에 진입하게 된다면 버스전용차로는 일반차로보다 느린 차로로 바뀌어 약 900만명의 버스이용인구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교통체계의 종합적인 면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택시운전자와 택시업계가 어려워졌다고 해서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겠다는 정책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 근본적인 오류는 교통수단으로서의 택시와 택시운전자, 택시산업 문제를 별개로 보지 못한 데 있다. 하루빨리 이들이 서로 다른 문제임을 인식하고 사안별로 올바른 정책방향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택시운전자가 어렵다고 해서 교통수단으로의 택시가 대중교통이 돼야 한다는 정책은 그 어떤 논리로도 설명이 어렵다. 택시운전자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낮은 임금 수준은 개선이 필요하며 별도의 일자리 확충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택시정차장 확대와 대기공간 확충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택시는 대수가 많고 서비스도 무난한 수준이며 요금이 버스 등에 비해 비싸기는 하지만 이용빈도를 감안하면 감내할 만하다. 서민을 포함한 대중이 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수송분담률도 5% 수준에 달해 준(準)대중교통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일본 도쿄의 택시 기본요금은 710엔(한화 약 9,400원)이나 되고 275m마다 90엔(약 1,200원)씩 추가된다.
녹색성장ㆍ대중교통 활성화에 역행
택시산업 문제는 택시의 기능을 현재와 같이 유지하는 게 좋은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래 택시의 고유 기능인 비상시 교통수단, 교통약자ㆍ노령자ㆍ관광객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되돌릴 것인지, 지금처럼 대중화된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유리한지, 예전에 실패한 정책이기는 하지만 다시 고급택시와 준대중교통화된 택시로 이원화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대다수 국민이기도 한 대중교통 이용자를 힘들게 하고 녹색성장과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에 역행하는 택시의 대중교통수단 인정 추진은 신중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방향으로 재검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