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ㆍ현대해상 등 7개 손보사들은 지난 1일 노후실손의료보험을 일제히 출시했다.
이 상품은 75세까지 가입할 수 있고 보험료는 기존 실손보험 대비 최대 30%까지 낮췄다. 실손보험 사각지대에 머물던 노인계층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 당국이 보험사를 채근해 만든 대표적인 정책성 보험이다.
출시 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과 달리 실적은 초라하다. 26일 현재 삼성ㆍ현대ㆍ동부ㆍLIGㆍ메리츠 등 상위 5개 손보사가 판매한 노후실손의료보험 실적은 838건으로 집계됐다. 1개사당 167건에 그친 것이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히트 보험상품을 가르는 기준은 통상적으로 월 1만건 정도"라며 "초반이지만 판매실적이 200건에도 못 미치는 것은 빈 수레만 요란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적은 '서민금융상품의 귀환'이라는 타이틀로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취급실적은 형편없던 재형저축을 연상하게 한다.
보험사들은 예견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상품을 만드는 보험사나, 상품을 소비자에게 연계하는 설계사, 수요자인 노인계층 어느 주체도 만족시키지 못한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노후실손의료보험은 노인을 가입 대상으로 하는 만큼 손해율 부담을 내재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광고나 마케팅에 나설 유인이 없다. 수수료가 낮다 보니 설계사 관심도 적다. 노후실손의료보험의 판매수수료는 일반 보장성보험에 비해 20%선이다.
가입 대상이 노인계층이라는 문제도 있다. 노인계층은 금융상품에 대한 노출도가 낮다. 정보가 느리니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드물다. 당뇨나 고혈합 등 보험가입 승인에 치명적인 병력이 상대적으로 흔하다. 간호사가 직접 나가 건강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청약에서 가입까지 기간이 1~2주가량 소요된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노후실손의료보험의 태생 자체가 정책적 의지에서 출발한 것이어서 활성화 유인이 낮았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담았다면 이 정도까지 초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