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하이닉스 매각 이것만은 지키자] <하> 산업 생태계 키울 적임자 찾아야

재무 안정성·기술 보호 등 그물망 평가를<BR>반도체업황 부침 상쇄할 안정적 성장 담보돼야<BR>SK텔레콤, 자금력 강점… STX는 M&A경험 풍부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의 새 주인을 정하는 기준으로 누가 하이닉스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해줄 수 있는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황산업인 반도체업종의 부침을 상쇄해줄 사업ㆍ재무 안정성이 기본 중 기본이라는 얘기다. 장기적으로 반도체사업을 영위하겠다는 의지는 물론 살벌한 글로벌 경쟁을 이겨낼 수 있는 경영능력도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기술유출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혹시 하이닉스를 인수한 기업이 얼마 안 돼 유동성 위기 등을 겪다가 생산라인을 쪼개 팔거나 통째로 다시 매각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경제적 비용도 문제지만 자칫 기술유출 사태가 올 수 있어서다. 가격보다는 비가격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 적임자를 정해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SK텔레콤과 STX 가운데) 어느 기업이 하이닉스 인수를 계기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탄탄히 다질 수 있는지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이닉스 지분을 파는 데만 매몰되지 말고 한국 산업 생태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어느 기업에 반도체업종이 포진해야 하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객관적 전력은 SK텔레콤이 우세하다는 관측이 많다. 강지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과 STX) 양측 모두 하이닉스 인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재무적 건전성이 뛰어난 SK텔레콤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STX가 지난 10년간 인수합병(M&A)을 통해 100배 이상 규모를 키운 'M&A의 달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SK텔레콤, 안정성ㆍ자금력 강점=SK텔레콤은 SK그룹이 M&A를 통해 성장한데다 합병 후 성공적으로 통합체제를 구축, 해당 분야에서 국내 1위로 키운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한국이동통신(1984년) 인수에서 시작해 신세기통신(2002년), 하나로텔레콤(2007년) 등 잇단 기업결합을 통해 성장하면서 SK그룹 양대 축의 하나인 통신사업의 근간을 마련했다. SK는 사업 포트폴리오 보완 측면에서도 하이닉스 인수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와 통신사업 등 내수에 편중돼 있는 사업체계를 탈피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시너지 효과가 작은 것은 분명해보인다. 또 SK그룹이 정유ㆍ화학사업을 제외하고는 제조업 경험이 없고 반도체처럼 시황을 타는 사업을 안해봤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오히려 시황을 타는 사업을 여러 개 진행하다가 한꺼번에 불황기에 접어드는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또 매년 2조원 안팎의 신규 투자가 필요한 이동통신사업을 20여년간 해온 만큼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반도체산업에서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신속히 해 하이닉스의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 SK텔레콤은 자체 자금조달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이 채권단에 긍정적으로 어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국부펀드를 재무적 투자자로 영입한 STX 컨소시엄에 비해 국가 전략사업인 반도체 기업을 순수 국내 자본으로 인수, 기술유출 등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SK텔레콤은 지난 1ㆍ4분기 말 현재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3,850억원에 달하며 단기금융상품까지 포함할 경우 2조원이 넘는다. 또 국내 3개 신용평가회사로부터 2003년부터 최고 신용등급인 트리플A(AAA)를 유지하고 있어 자금 일부를 차입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STX, 시황 관리ㆍM&A 노하우 자신=STX그룹은 이번 인수전에 나선 이유로 조선과 해운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안정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것. 현재 STX그룹의 조선ㆍ해운사업 의존도는 90%에 달하지만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의존도가 30~40% 정도로 낮아진다. 기존 사업과 직접적인 시너지 효과도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사업 간 시너지를 찾기 힘들고 반도체 사업 경험도 없는 STX가 하이닉스 인수전에 나선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STX는 조선ㆍ해운사업과 반도체사업 모두 시황에 크게 좌우되는 사업인 만큼 경영상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종철 STX 부회장은 "각각의 영역에서 축적해온 시황 관리 노하우를 상호 접목하는 과정을 통해 경영상 시너지를 분명히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TX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강점은 풍부한 M&A 노하우다. STX는 창립 이후 대동조선ㆍ범양상선ㆍ아커야즈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재계 순위 12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문제는 경쟁상대인 SK텔레콤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STX의 부채비율은 458%에 달하고 순차입금도 7조5,000억원에 이른다. STX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강덕수 회장과 계열사들의 지원으로 진정시킨 것도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STX는 이처럼 부족한 자금력을 보완하기 위해 계열사 등 우량 자산을 매각하고 중동 투자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무차입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중동 펀드가 재무적 투자자로서 경영감독의 역할만 맡는다고는 해도 인수자금의 절반가량을 대기로 한 만큼 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이 중동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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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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