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공무원 체력단련비를 대체할 수당신설 방침을 굳히자 예산당국이 고민에 빠졌다.2차 추경예산안이 임시국회에 계류된 상황에서 돈을 더 끌어쓰기 위해 추경예산을 재편성해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본봉의 250%인 체력단련비의 절반을 연내 수당으로 지급할 경우 필요한 재원은 1조2,000억원 정도.
내년으로 연기된 공무원 인센티브 재원 2,800억원을 전용한다 하더라도 1조원 가량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정부 일각에서는 목적성 특수예비비 7,700억원과 경상비 절감액에서 전용하면 추경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목적성 예비비는 공무원 인건비 부족을 보전하는 목적도 있으나 거의 대부분 재해등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재원이기 때문이다.
장마, 태풍 등이 우려되는 하절기를 앞두고 이 재원을 끌어 쓸 경우, 만약 발생할 지 모르는 재해사태에 대처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1조원에 달하는 신규재원은 당초 국채발행 축소에 쓰겠다던 재원을 전용, 추경예산을 짜야한다는 결론이다.
그렇다고 2차 추경안을 당장 수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추경을 다시 편성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성 예산편성이라는 비난과 함께 적자재정 관리. 가뜩이나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형편인데 애써 감축한 공무원 수당의 원상복귀를 확정할 경우,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정부는 여권이 공무원 임금을 중견기업 수준으로 올린다는 방침을 공표한 데 대해 재원마련 방안을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2차 추경때 초과세수와 세외수입증가분 3조3,473억원 가운데 중산층 및 서민생활안정 지원을 위해 1조2,981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2조492억원은 국채발행을 줄이는데 쓰기로 했었다.
이는 적자재정 상황에서 2차 추경예산을 짜는데 따른 비난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판에 세수잉여 절반을 국채발행 축소에 쓰겠다던 방침을 불과 며칠만에 번복하는 것은 스스로 적자재정탈출 제일주의를 포기하는 꼴이 된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외국의 사례에서도 재정적자 탈출은 경험칙상 세입증대보다 세출예산 축소가 최선이지만 정치권 등 외부의 입김이 항상 문제였다』면서 『그렇다고 내놓고 드러내놓고 반대를 밝힐 수도 없으니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시험대에 오른 정부의 적자재정 관리 의지가 어떻게 관철될 지 주목된다. /최상길 기자 SK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