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문가 정담­97 증시진단

◎“30개 신설투신 본격 영업… 수급에 숨통”/“경기 반전 대선도 호재 안정 되찾을듯”/M&A·금융·경기주 트로이카 부상 전망/돌발악재 없을땐 하반기 900P 회복가능/신상품 허용등 제도적 지원 뒤따라야/기본적으로 당국의 수급예측이 잘못됐기 때문입니다/선거의식한 무리한 부양책은 역효과 부를수도지난해 주식시장은 경기하락, 공급물량 증가에 따른 수급상황 악화등의 영향으로 주가지수가 문민정부 출범당시 지수를 밑도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됐다. 올해주식시장도 경기회복 시기, 금리동향, 기업인수합병(M&A)의 본격화, 노동법 개정에 따른 노사분규, 대통령선거와 같은 증시 내외의 여러가지 변수들로 인해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증권전문가들은 지난해 증시침체는 우리나라 경제의 현주소를 반영한 결과라며 올해 증시는 이같은 여러 변수들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증시가 점차 제자리를 찾아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정축년증시전망과 주변여건, 투자전략등을 조망해 보기 위해 증권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박성욱 국민투자신탁 상무(사회), 이종윤 선경증권 상무, 유시왕 동서경제연구소장을 초청해 정담자리를 마련했다. 정담내용을 요약정리했다.<편집자주> ▲박성욱 국민투자신탁 상무= 지난해 주식시장은 연초보다 26%이상 하락한 6백50포인트대로 마감돼 많은 주식투자가들을 울렸습니다. 경기하락으로 기업들의 경상이익이 50%이상 반감하면서 일반투자가, 기관투자가, 외국인등 시장참가자들 모두가 가슴을 졸이며 한해를 보냈습니다. 주가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었다고 보십니까. ▲유시왕 동서경제연구소장=지난해는 전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나타냈으나 유독 우리나라 증시만 폭락의 아픔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96년초 경기연착륙에 대한 논란이 많았으나 경상수지 적자폭이 늘어나고 기업들의 수익률도 크게 감소하는등 경제전반에 주름살이 깊어졌습니다. 정부의 경제운영 전략이 이같은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면서 경기하락의 여파가 예상외로 강했고 주식시장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종윤 선경증권 상무=지난해 주식시장 체력은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몇 백주만 매도해도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주식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환금성마저 위협당하는 상황이 연출됐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경기가 나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증권당국이 수급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박= 증시 침체는 경제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단적인 예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지요. 지난해 정부가 한국통신을 매각하는데 얼마나 애를 먹었습니까. 증시를 살리는 것은 곧 경기를 살리는 일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이=올해 우리 경제는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증시에 영향을 주는 경제 지표는 금리와 환율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해는 정부의 저금리 정책에 손발이 맞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만큼 자연스럽게 저리의 해외자금이 유입될 것입니다. 결국 금리의 하향화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대치지만 11%이하로 금리수준이 낮아질 수도 있겠지요. ▲유=대부분의 경제연구소들이 올 하반기부터 경기가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경기바닥의 신호는 아마 경상수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환율상승도 경상수지 적자폭의 심화와 연관이 있으니까요. 원­달러 환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엔­달러 환율입니다. 국제 시장에서 우리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일본 기업들이니까요.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는 시점이 우리 경제가 돌아서는 시점과 일치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대부분의 증권전문가나 경제연구소들은 내년도 종합주가지수가 8백50포인트에서 9백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말과 비교해 30% 정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경기회복 가능성과 관련해 과연 올해 증시는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유=주가를 결정하는 요소는 두가지 입니다. 내재가치와 수요공급이지요.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선다면 기업들의 내재가치는 향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수요공급인데요. 우리나라 증시는 기관투자가들의 수가 그동안 너무 적었습니다. 지금까지 3대 투신과 은행 몇 곳만이 기관투자가 역할을 떠맡았으니까요. 하지만 지난해 신설투신사들이 많이 생겼고 앞으로 약 30개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로인해 증시의 수요 기반이 더욱 튼튼해져 주가상승전환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이=올해 증시 수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무래도 한국통신의 상장이 될 것입니다. 상장 규모로보나 심리적 효과로 보나 파급효과가 가장 클 것입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나 외국인들이 한국통신 매수를 위해 자금을 따로 마련할 것으로 보여 상장에 따른 수급압박이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해 공급되는 총물량은 3조원대로 지난 94년 수준이기 때문에 공급물량의 압박이 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유=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면 주가가 좋을 때 대통령이 반드시 재선에 성공합니다. 바꿔말하면 경제가 좋으니까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고 그러면 대통령도 인기를 얻어 재선된다는 것이지요. 이번 대선의 최대쟁점도 역시 경제가 될 것이며 이와관련해 증시회복여부도 선거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로서도 주식시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수 없겠지요. ▲박=선거때가 되면 경제의 막혔던 부분을 풀어주는 다양한 조치가 나오기 마련이지요. 내년 대선의 이슈는 경제이기 때문에 선거 기간중에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장단기 정책이 나오고, 선거를 의식한 눈에 띄는 조치들도 기대할 수 있게습니다. 그러나 증시안정화조치등으로 주식시장의 일시적인 해갈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증시흐름을 바꿀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선거를 의식한 경제정책은 순간적인 효과를 나타낼 뿐 경기를 일시에 회복시킬 수는 없는 것이지요. 사실 대선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노사관계입니다. ▲유=올초 증시의 최대 걸림돌은 노동법 개정에 따른 노동계의 반발입니다.파업이 확산되면 허약한 경제의 회복에 치명타를 가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노동법 개정으로 정리해고가 가능하게 됨에 따라 금융업종과 여타 제조업 전반으로 기업인수합병(M&A)이 붐을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4월1일 개정 증권거래법이 시행되면서 M&A는 올해 증시의 최대 테마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대주주가 전체 주식의 20%만 보유하고도 경영권 행사에 별 문제가 없었으나 이제부터는 경영을 잘 못하면 경영권을 뺏기는 일이 빈번히 일어날 것입니다. ▲박=올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운용방향도 증시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투신사들은 지난해 상반기중 매도우위를 보였으나 하반기 주가 하락시에는 소폭 매수우위를 유지했습니다. 올 1·4분기말이나 2·4분기초에 경기 저점에 도달한다면 주가는 연말까지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식형 수익증권의 수탁고도 증가추세를 보이겠지요. 이렇게 되면 투신사들의 주식투자 여력이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시장이 상승기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되면 주식 편입비율도 당연히 높아지지요. 다만 저점에서 횡보기간이 길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이=올해 금리가 하향추세를 보일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연기금들은 채권투자보다는 주식투자비중을 늘려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선물옵션시장이 열리면 투자위험도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주식 수요가 더욱 촉발되겠지요. 증권사의 경우 평가손반영 문제가 해결되면 매도규모가 커지지는 않을 것입다. 외국인투자가들 가운데에는 아직도 국내 주식이 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올해부터 외국인들도 국내 수익증권을 매수할 수 있기 때문에 간접투자 규모도 늘어날 것입니다. 다만 외국인들의 투자패턴은 조금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95년말에는 한도소진종목이 1백여개에 달했으나 지난해말에는 60여개로 줄었습니다. 외국인들의 종목선정이 좀더 신중해 진다는 것이지요. ▲유=올해 투자유망 종목군으로 일단 M&A 관련주를 주목해야할 것입니다. 이와함께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서면 경기관련주와 금융주가 부각될 것입니다. 금융주의 경우도 M&A와 관련된 재료가 있는 종목들이 유망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주식시장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기금의 3천억원 매수 약속이 이행돼어야 하며 또 증권사에 예금수신기능을 가미한 상품을 허용하는등 새로운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뒤따라야할 것입니다. 단순히 예탁금 이용률을 높이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고객예탁금을 단기금융상품인 MMF로 돌려 높은 이율을 보장해 줌으로써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입니다기업들의 자사주 매입폭을 넓히는 것도 수요진작책이 될 수 있으며 기업들에게 감자를 보다 쉽게 하도록 허용하는 것도 유동물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박=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정리=정명수>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