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겉으로는 '스펙 초월' 채용을 강조하지만 정작 입사지원서 작성에서는 학력, 외국어 점수 등을 그대로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16일 발표한 '국내 100대 기업(2013년 매출액 기준) 스펙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채용을 진행한 95개 기업 가운데 90% 이상이 출신대와 외국어 점수, 자격증 취득내역을 입사지원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심지어 직무 연관성이 적은 외모와 신체조건을 묻는 기업도 많다. 정부가 탈스펙 채용을 독려하자 스펙보다는 인문학적 소양과 인성 등을 보고 인재를 뽑겠다며 앞다퉈 다짐한 것과 대조적이다. 남민우 청년위원장은 "기업들이 외국어·자격증·공모전 등 특정 직무에 필요한 스펙을 모든 지원자에게 요구해 스펙 쌓기 경쟁을 유도하는 면이 있다"고 개탄했다. 기업 채용방식이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앞뒤가 다른 채용방식이 온존하면서 지원자들의 혼란과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커져만 가고 있다. 요즘도 청년들이 취업 스펙을 쌓는 데 드는 비용이 1인당 평균 4,00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인턴 수료, 어학연수 등을 인증받기 위해 1∼2년씩 휴학하는 대학생도 연간 100만명에 이를 정도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인성·스토리만으로 진짜 인재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그렇다고 스펙에서 업무에 열정적이고 창의적이며 도전정신을 갖춘 인재가 찾아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직무역량을 보고 직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로 한 채용과정 개선 컨설팅과 직무역량 평가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미국 대기업들처럼 면접방식을 강화하는 것도 해법이 될 것이다. 10대 그룹은 이미 스펙을 보지 않겠다고 했다. 스펙 낭비가 너무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