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부터 입사지원서에 학점 기입란을 삭제하고 가족사항도 간소하게 적도록 했다. 서류전형에도 본인 성향에 따라 140개 문항에 답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두산과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바이오 데이터 서베이를 실시한다. 지난달 열린 두산 잡 페어에서는 ‘내가 미래다’를 주제로 자기 PR전형에 나선 참가자들이 700명에 달했다. 자기 PR전형을 통과하면 입사 지원 시에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데 지난해 400명에서 올해는 참가자가 두배 가까이 늘었다. 두산 관계자는 “최소 필요기준만 충족하면 과도한 스펙은 쌓지 않도록 홍보하고 있다”며 “두산에 얼마나 맞는 인재인지가 더 중요한 채용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처럼 취업을 위해 무분별한 스펙 쌓기에 몰입하는 청년층의 부담을 덜기 위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합리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도 힘들어지는 최근의 취업 문화 개선을 위해 민관이 손을 잡았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와 정부부처, 민간·공공기관은 1일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스펙초월 채용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청년위원회는 스펙초월 채용 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 7월부터 민관합동 TF 활동을 5차례에 걸쳐 진행했으며, 스펙초월 채용시스템 정착을 위한 첫 시작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남민우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스펙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와 무관한 과도한 스펙을 배제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기존의 채용 관행을 개선하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스펙이란 내역서(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구직자 사이에서 학력, 학점, 토익, 자격증 등을 총칭한다. 취업에 대한 불안감을 스펙으로 보충하려는 심리가 늘어나면서 대학생들은 휴학이 일반화돼 사회 진출 시기가 늦어지고, 학원ㆍ어학연수 등 스펙 취득비용이 눈더미처럼 불어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스펙은 뛰어나지만 역량을 갖춘 인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무협약에 참여한 정부부처와 민간·공공기업은 공동으로 스펙초월 채용 확산을 위해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스펙초월 채용 사례를 분석․평가하고 우수사례를 적극 발굴하며,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 구축, 직무능력 표준과 학교교육 연계, 공공기관의 스펙초월 채용 플랫폼 도입․확산 등을 추진한다.
기업들은 과도한 스펙중심 채용문화 개선을 위해 스펙초월 채용시스템을 마련하고, 스펙초월 채용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공동으로 협력하며 이를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