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충고 외면하지 말라(사설)

경제계가 정치권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경총은 지금의 상황을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면서 정치권에 대해 과열된 대선분위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또 경제회생과 건전한 선거풍토 조성을 위해 정치권이 앞장서 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은 거듭나야 한다」고 충고까지 했다.경총이 「경제난국 타개를 위한 경영계의 제언」이란 성명서를 통해 정치권의 각성을 요구한 것은 전례에 없던 일이다. 이달초 전경련 회장단이 「돈 안드는 선거」를 건의한 수준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도가 높다. 그만큼 국내 경제상황을 보는 경영계의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반증이다. 올들어 우리나라는 한보사태, 현철씨비리, 대선자금문제 등으로 정치는 실종된지 오래다. 레임덕현상까지 겹쳐 국정은 표류, 국가통치력마저 공동화된 상태다. 이 어려운 판국에 대선주자들은 정국을 선거분위기로 이끌어 정쟁만 요란하다. 정치인들에게 경제가 보일리 만무한 것이다. 오죽했으면 정치권력에 약한 경제계가 들고 일어났을까. 경제계는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는 대선분위기를 누그러뜨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하반기의 경기회복기대는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다. 전 국민이 힘을 합쳐도 극복이 어려운 이 난국을 정치인들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경총은 건전한 선거풍토 조성의 전제로 돈정치 청산을 요구했다. 두 경제단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면서 고비용정치구조의 개선을 촉구하며 경제계도 자정의지를 밝힌 것은 환영할만하다. 돈정치는 수요자인 정치권과 공급자인 경제계사이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짐으로써 생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특히 정치자금에는 반드시 꼬리표가 붙어있다. 「정경유착」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 유난한 것은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이란 있을 수 없다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돈 안드는 선거풍토개선 논의는 과거에도 여러번 있었다. 그때도 경제계는 자정 의지를 밝히곤 했다. 그러나 일과성으로 그쳤을 뿐 지난번 대선때도 천문학적인 돈이 뿌려졌다. 김영삼 대통령이 그 규모를 밝힐 수 없는 것도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때문이 아니겠는가. 그 돈의 출처와 성격은 뻔하다. 모두 검은 돈이고 꼬리표가 붙어있다. 한보사태도 그 연장선상이라 할 것이다. 오는 6월 임시국회에 금융실명제법과 돈세탁방지법이 제출된다. 검은 돈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 기회에 정경유착의 고리도 벗겨져야 한다. 정치권도 반성, 돈안드는 정치를 위해 제도개선에 앞장서야 할 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