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에 각각 4.7년, 3.1년 뒤져 있고 중국과의 격차는 1.9년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기술 수준의 현주소다. 미국·일본 등 기술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혀가기도 바쁜데 후발주자인 중국은 빛의 속도로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애써 쌓아올린 현재의 위상도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다.
22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20개 국가전략기술의 전체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로 봤을 때 유럽연합(EU)이 94.5%, 일본 93.4%, 우리나라 77.8%, 중국 67.0% 등의 순이었다. 기술 선진국과 후발주자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 우리나라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
최근 기업의 성장은 기술발전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기업 세계에서 '선도자'와 '추격자'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 역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남과 다른 독창적인 기술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성장을 좌우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애플의 '아이폰'이 증명했듯 혁신적인 기술은 신시장을 넘어 새로운 기업 생태계와 소비문화를 창조한다.
내년 사업계획을 마무리 짓느라 여념이 없는 국내 기업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최근 들어 전자·자동차·석유화학·조선·철강 등 우리 주력산업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은 이들 분야에서 선진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부족한 기술들을 보완하며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이제는 '추격자'에서 '혁신가'로 도약할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기술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미 우리 기업들은 메모리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TV, 고부가가치 선박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소재·부품 분야의 기초적인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한계도 동시에 지닌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기술 부문에서의 '퀀텀 점프(대도약)'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기업은 물론 정부와 학계가 어우러진 유기적인 기술개발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는 "지금처럼 모방이 쉽고 신기술의 수명이 짧은 상황에서는 시장에 빨리 진입해 새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한데 이런 능력은 결국 기술 경쟁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특히 우리 기업들은 응용기술에 비해 기초기술과 융합기술 분야가 굉장히 취약한 상태"라며 "과거처럼 목표를 정한 뒤 모든 역량을 집중해 쫓아가는 추격자 전략에서 벗어나 다양한 실험과 혁신을 통해 새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적 기술경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