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부자들 사설재단 창립 붐/세금공제법 5월말 만료 앞두고

◎하버그룹 샘폭스·금융재벌 로버트슨 등/“탈세·재산상속 수단 악용” 비판 거세【뉴욕=김인영 특파원】 미국의 부자들이 요즘들어 갑자기 사설 재단을 창립하느라 분주하다. 사설 재단에 대해 세금을 공제해 주는 법이 오는 5월31일로 만료되고, 의회가 이 법을 연장할 가능성이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스쿠루지 영감처럼 돈만 아는 수전노들이 늙으막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동화처럼 미국의 백만장자들은 성공하면 자선재단을 만들어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게 관례였고, 법률에 의해 세금 감면도 받았다. 그러나 사설 재단이 재산의 사회환원이라는 명분 보다 부자들의 탈세 및 재산상속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미 의회는 비판여론에도 불구, 사설재단에 세금 공제 혜택을 오는 5월 31일까지 연장했지만, 올초 열릴 공청회에서 이 법의 타당성에 관한 논란이 공식적으로 제기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지에 따르면 하버 그룹 창업자인 샘 폭스씨는 최근 1천4백만 달러를 자신이 설립한 「폭스가 재단」에 투자했고, 샌프란시스코의 금융재벌 샌포드 로버트슨씨는 자신의 주식을 「로버트슨 재단」 주식으로 전환했다. 또 부자들의 이같은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한 대행업체도 성행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의 「가족투자 전략연구소」는 미국의 내로라는 백만장자 가족을 우아한 호텔에 잇따라 초청, 빨리 사설 재단을 창설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의회가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본후 사업에 착수, 이미 8개 부자 가문의 재산 설립을 대행하는 개가를 올렸다. 미국에서는 지난 30년대 포드 자동차의 창업자가 설립한 포드 재단, 켈로그 그룹 창업가가 설립한 켈로그 재단, 록펠러 가문의 록펠러 재단등 굴지의 사설재단이 활동하고 있다. 사설재단에 대한 세금공제법은 지난 84년에 시행돼 94년에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부호들이 거물 정치인들에게 로비활동을 벌여 이제껏 연장돼 왔다. 기존 법안에 의하면 예컨데 1백만달러를 재단에 투자할 경우 소득세 39만6천달러, 자산이득세 28만달러등 모두 67만6천달러의 세금공제를 받을수 있다. 또 공익재단에 기부하면 그때 잠시 이름을 날릴 뿐 기부금에 대한 운영에는 손을 떼야 하지만, 사설재단은 자신이 마음대로 운영하면서 가문의 이름을 재단에 새길 수 있다. 또 자손을 재단 이사회 멤버로 등록, 막대한 상속세를 물지 않고 사실상 재산을 상속 또는 증여하는 효과를 얻을수 있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막대한 예산적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부자의 휴머니즘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설 재단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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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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