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470조 '쩐의 대이동' "은행 바꿀까? 말까?"

계좌이동제 앞두고 은행들 혜택 늘린다는데…

'수수료 무제한 면제·무서류 대출' … 기존에 없던 상품으로 유혹






● 10월 계좌이동제 앞두고 은행들 마케팅 전쟁

우리, 수수료 이월제 도입… 한 계좌에 예적금 결합도


국민, KB카드 결제 실적 1건만 있어도 수수료 제로

신한, '주거래 통장' 우대조건 충족 땐 전계좌에 혜택


'은행 한번 바꿔볼까?'

우리나라처럼 자신이 이용하는 은행에 대한 충성도가 약한 나라에서도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종 보험료를 비롯해 휴대폰 요금, 공과금에 펀드까지 은행 월급통장과 연계시켜 놓은 자동이체를 모두 다른 은행으로 바꾸는 일이 굉장히 번거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오는 10월부터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된다. 계좌이동제란 주거래계좌의 변경 시 신규 은행이 계좌변경에 필요한 사항을 일괄처리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휴대폰 이동통신사를 바꾸면 통신사가 모든 서비스를 처리해주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고객은 그저 은행만 선택하면 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6월 기준 은행권의 수시입출식예금 잔액은 469조 원에 달한다. 개별 은행 입장에서는 이 자금이 상당히 중요하다. 정기예적금과는 달리 이자를 거의 안 줘도 되는 은행의 핵심 예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계좌이동제 마케팅 전쟁에 불이 붙고 있다. 집토끼(기존 고객)를 지키지 않으면 핵심 예금을 쉽게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수수료 인하 혜택을 담은 주거래 통장 상품이 출시됐고 예적금과 대출 상품도 보다 매력적으로 포장했다. 문화 여행 등과 관련한 은행들의 제휴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내년부터 인터넷 전문은행 등이 등장할 경우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것은 단순히 월급통장이 어느 은행에 있느냐를 떠나 재태크 측면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내년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되면 은행 창구를 통한 재무 설계 기능이 한층 강화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가장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은행을 고를 좋은 시점이라는 얘기다.

10월부터 본격 시행될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은행들이 단기적인 수익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기존의 틀을 깬 신상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수수료 면제 횟수 이월이나, 무제한 면제 등의 서비스가 등장하는가 하면 예·적금 결합, 서류 없는 대출 등 참신한 금융상품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내년 2월부터 전국 은행 지점에서도 자동이체의 조회 및 해지 변경이 가능해지면 충성 고객을 잡기 위해 은행 상품의 차별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은행 상품들은 그동안 은행별로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대동소이했고, 고객들 역시 월급통장을 개설한다는 의미 외에 '주거래' 개념이 매우 약했다.

하지만 계좌이동제 도입으로 은행들이 주거래 고객에 대한 각종 우대 혜택을 출시하면서 상품군은 다양해지고, 은행과 고객 간의 주거래 개념도 보다 명확해질 전망이다. 가령 대출을 받을 때도 주거래 고객과 주거래가 아닌 고객과의 금리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돼 은행 창구를 통한 재무 설계 기능이 강화되면 은행과 주거래 고객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질 수 밖에 없다.

계좌이동제와 관련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선제적으로 치고 나갔던 우리은행은 다음 달 다소 파격적인 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통신비나 관리비와 같이 실생활에 필요하지만 연체가 잦은 지출비용에 대해 최대 100만 원 한도 내에서 마이너스 통장 형식으로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다.

우리은행 주거래 고객으로 일정 신용등급 이상이면 소득 수준이나 타 은행 대출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서류도 필요하지 않다.

이 같은 우리은행의 주거래 고객에 대한 파격적인 대출 상품은 올 초부터 선보였던 우리은행 주거래 상품의 세 번째 버전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주거래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크게 완화해 은행권 계좌이동제 전쟁에 불을 지폈다 기존에 우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대출 및 예금 잔액을 일정 기간 이상 유지하거나 신용카드 사용 실적이 있어야 하는 등 매우 복잡한 등급 평가를 거쳐야 했는데 이를 단순화 한 것이다. 급여 및 연금이체, 관리비 및 공과금 자동이체, 우리카드 결제계좌 등 세 가지 조건에서 두 가지 이상에만 해당하면 각종 수수료 면제 등 주거래 고객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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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거래 통장'은 특히 주거래 요건 충족시 당타행 수수료를 월 최대 15회까지 면제하며, 금융권 최초로 이월제를 도입해 미사용한 면제횟수에 대해서 다음달로 이월되어 유효기간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통장은 지난 25일을 기준으로 41만좌가 판매됐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은행이 주거래 고객을 위해 출시한 '우리 주거래 예금'도 특색있는 상품이다. 예금 신규시마다 새로 통장을 개설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한 계좌로 예적금 통합관리가 가능하게 한 상품이다. 정기예금을 적금처럼 자유롭게 추가입금이 가능하며 만기에는 자동 재예치되어 최장 10년간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

수수료에 무제한 면제 개념을 도입한 것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의 계좌이동제 상품인 'KB국민ONE통장'은 △공과금 이체(세금, 통신비, 보험료 등), 또는 △KB카드(신용/체크) 결제실적이 1건만 있는 경우에도 3개 수수료(전자금융타행이체수수료, KB자동화기기 시간외출금수수료, 타행자동이체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한다. 또 급여이체, 연금수령, 가맹점결제 중 1건 이상 추가 실적이 있다면 3개 수수료(타행 자동화기기 출금 수수료 월5회, SMS입출금내역통지수수료, KB자동화기기 타행이체 수수료 월10회)까지 추가 면제가 가능해 최대 6개 항목의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이와 더불어 주거래 고객에 우대 금리를 주는 예적금 상품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역시 지난달 출시한 계좌이동제 대응상품인 '신한 주거래 우대 통장'의 우대 혜택을 최근 확대 개편했다.

신한카드 1원 이상 결제 또는 공과금 이체 1건만 하더라도 3종 수수료 (전자금융수수료, 신한은행 CD·ATM기 인출수수료, 타행 자동이체)에 대해 무제한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기존에는 카드 사용 실적이 월 30만원을 넘어야 이 같은 혜택이 가능했다.

또 급여이체만으로도 다섯 가지의 수수료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3종 수수료와 더불어 신한은행 CD기 타행이체수수료 월 10회 면제와 타행의 CD·ATM을 통한 인출수수료 월 5회 면제 혜택을 추가로 제공한다. 특히 신한 주거래 우대통장의 우대 조건을 충족한 경우,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입출금 계좌에도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신한 주거래 우대통장 외에 2개의 입출금 계좌를 갖고 있을 경우 총 3개 계좌에서 발생한 수수료에 대해 혜택을 제공한다. 수수료를 얼마나 절약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월간 수수료 면제금액을 통장에 안내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아직까지는 수수료 면제 등에 초점을 맞춰 주거래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았던 수시입출금식 통장에도 이자를 주는 등 보다 파격적인 혜택 들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계좌이동제 핵심 '페이인포'란

세계 최초의 금융회사 통합인프라… 자동이체 내역 일괄조회·변경 가능

윤홍우 기자

은행간 치열한 경쟁을 촉발시킨 계좌이동제의 핵심은 '자동이체통합관리시스템'(페이인포, www.payinfo.or.kr)이다. 계좌이동제 도입을 위해 지난 7월 오픈한 이 시스템에서 10월부터 자동이체가 설정된 보험사와 통신사, 카드사 결제 계좌를 변경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된다. 현재는 조회와 해지만 가능한데 10월부터는 은행을 고객이 직접 바꿀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페이인포는 세계 최초의 금융회사 통합 인프라다. 국민 누구나 회원가입이나 비용부담 없이 공인인증서로 이용 가능하다. 홈페이지에서 간단히 공인인증서로 로그인을 하면 자신의 계좌에 연동된 자동이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내년 2월부터는 은행 지점에서도 신규계좌를 개설할 때 자동이체의 일괄 변경 등이 가능해지는 데 이 역시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페이인포를 통해 자신의 자동이체 내역을 한 눈에 확인하는 조회는 서비스는 휴일을 포함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해지 또는 변경 서비스와 고객센터(1577-5500) 이용은 은행 영업일의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

인터넷 뱅킹을 가입하지 않은 금융사 계좌에 등록된 자동이체도 페이인포에서 조회가 가능하다. 다만 금융회사와 따로 계약을 체결한 '보안계좌' 등은 페이인포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 페이인포에서 자동이체 해지를 신청하면 해당 은행에서 다음날 해지하고, 페이인포를 통한 결과 조회는 2영업일 후에 가능하다.

만일 자동납부일이 해지 신청 당일 또는 다음날일 경우, 해지가 완료되지 않아 기존 자동납부가 이뤄질 수도 있다.

또 자동납부 해지를 실수로 신청한 경우, 당일 오후 5시 이전에만 취소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필요한 자동납부를 해지하면 이용대금 미납·연체 등으로 신용등급하락, 연체수수료 부과 등의 불이익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곧바로 취소 신청을 못했을 경우, 해당 요금 청구기관에 직접 연락해 자동납부 계좌를 재등록해야 한다.

페이인포에서 10월부터 변경이 가능한 보험, 카드, 통신의 계좌이체 건수는 전체의 65% 수준에 달한다. 금융결제원은 우선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이 세 업종에 대한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고 내년 2월까지 신문사나 학교급식 및 교재비, 아파트 관리비 등에 대해서도 계좌 이동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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