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자존심 싸움에 등 터지는 '동반성장'

출범 100일을 맞아 잔칫집이어야 할 동반성장위원회의 사무실은 그야말로 뒤숭숭했다. 직원들은 정운찬 위원장의 거취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을 내쫓느라 언성을 높였고 중소 기업중앙회 임원진들은 사퇴를 만류하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왔다. 위기에 처한 위원회를 보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초 처음부터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관련해 정부가 직접 나서기에는 껄끄러운 일들을 떠맡은 민간기구가 과연 얼마나 추진력 있게 '미션' 수행을 해낼지 우려 반, 기대 반이었다. 정 위원장의 개인적인 카리스마에 의존하고 있는 민간기구에서 위원장의 거취가 최대 현안이 된 지금, 실제 사퇴 여부와 상관없이 위원회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초과이익 공유제. 우선 정 위원장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심사숙고한 안(案)을 꺼내 놓아도 찬반양론이 갈릴 것이 뻔한 사안인데 앞으로 논의해보자는 식으로 논란거리를 툭 던졌다. 동반성장위 활동으로 불편한(?) 상대방에 공격하기 좋은 헛점을 스스로 노출한 것이다. 재계와 경제학자들은 십자포화를 날렸다. 동반성장정책의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의 장관까지 "말도 꺼내지 말라"며 논의의 물꼬조차 틀어 막는 데 앞장섰다. 이것만은 양보하지 못하겠다던 정 위원장은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며 결국 사퇴카드를 들고나왔다. 과연 '초과이익공유제'가 동반성장위의 존립을 흔들고 신뢰를 좌지우지할 중차대한 사안일까. 위원회가 부여 받은 중요한 임무는 크게 두 가지. 동반성장지수를 통한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노력 평가와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이다. 정 위원장 설명에 따르면 '초과이익공유제'는 동반성장지수 평가항목 중 하나로 전체 위원회 업무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수장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며 초과이익공유제 논란 하나에 동반성장위원회 존립이 흔들리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내년 선거 정국을 맞게 되면 운명을 내다볼 수 없는 조직인데 이렇게 빨리 용두사미가 될 줄은 기자만 미처 예상치 못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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