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TV로 생중계된 신년 방송 좌담회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은 사회자인 정관용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다소 '까칠한' 질문에도 시종 웃음 띤 얼굴로 여유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좌담회 후반의 경제 분야에서 들어서자 이 대통령은 특유의 제스처를 써 가며 자신감 있는 어조를 나타냈다.
다만 이날 좌담회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에 대해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집에 없다"고 말했다가 방송 뒤 발언을 뒤집고 유류세 인하문제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엇갈린 입장을 나타내 혼선을 빚은 것 등은 '옥의 티'로 꼽혔다.
짙은 회색 양복과 빨간 넥타이 차림에 안경을 쓰고 패널들과 마주앉은 이 대통령은 설 연휴 계획을 묻는 질문에 "내일 하루는 박물관에 가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보려고 한다. 내일 하루는 그렇게 둘러볼 데를 둘러보고. 그 다음 이틀은 손자ㆍ손녀, 가족에게 서비스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후 특별한 모두발언 없이 곧바로 이어진 본 질문은 '4년차를 맞이한 소회'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남들이 벌써 4년차라고 해서 여러 이야기를 하지만 나 자신은 다른 느낌"이라면서 "지금 해야 할 일이 많다. 아직도 2년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재직 시절에도 임기 마지막 날 오후5시까지 근무시간을 모두 채웠던 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정 교수는 '까칠한 질문,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한 뒤 '임기 말 권력누수(레임덕)'에 대해 묻자 등받이에 기대 앉았던 이 대통령은 몸을 앞쪽으로 바짝 기울이면서 "내 경력이 정치인 출신이 아니고 일해오면서 살았다"며 레임덕에 빠졌던 역대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의 최대 관심은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발언이었고 여기서 이 대통령의 '말 바꾸기'가 나왔다.
질문자가 '대통령 공약은 그냥 어느 지역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기초단체 몇 군데 찍어서 연결시키는 이런 과학벨트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고 지적하자, 이 대통령은 "거기에 얽매이는 것은 아니고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 선거유세에서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라고 말했다. 또 '백지상태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그것은 똑같다"고 밝혔고 'MB, 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유치 백지화'라는 언론보도가 뒤따랐다.
이에 청와대는 좌담회 종료 뒤 과학비즈니스벨트의 두 가지 '오해'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은 공약 백지화가 아니다. 합리적으로 하겠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대통령이 '공약집에 없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당시 충청권 공약집에 들어있었던 것으로 전국에 방송되는 관계로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지난 2007년 12월에 발간한 '제17대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정책공약집'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에 대해 "행복도시, 대덕연구단지, 오송ㆍ오창의 BTㆍIT산업단지를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고 나와 있다.
한편 이날 좌담회는 '일방통행'식 소통이 아니냐는 비판을 고려한 듯 트위터를 통한 즉석 질문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한 네티즌이 청년 실업에 대한 대책을 묻자 "국정의 목표가 일자리창출이고 그중에 청년 일자리가 우선"이라면서 중견기업과 1인 창업기업, 해외 진출 지원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청년 일자리 정책을 자세히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