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김숭웅 휴먼칼럼] 독재자, 부모, 민족성

부모는 서로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았다. 어머니는 열렬한 공산주의자였고 아버지는 신학을 공부한뒤 교회에서 교편을 잡았다. 부모는 훗날 10년 간격으로 모두 자살했고, 그의 삼촌도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유고슬라비아 연방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세비치(57)의 소년 시절 얘기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가 전하는 발칸 전황 특집가운데 '밀로세비치의 휴먼 탐사'에 등장하는 그의 가족 계보다. 부모의 자살 얘기가 나올 때 마다 밀로 세미치는 물같이 화를 내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그는 적어도 외모로는 지성과 매력을 갖추었고, 격분에 떨다가도 야만스런 표정을 순간적으로 웃음으로 바꿀 수 있을만큼 표정관리에도 능하다. 다른 어느 것보다 그 웃음이 가중스럽다. 그는 대학도 제대로 졸업했고, 영국과 미국에서 유고 은행의 지점장도 역임한 탓에 영어에도 능한, 당대 유고의 최고 '지성'이다. 따라서 그가 지금보이는 야만성은 이웃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나 과거 아프리카 우간다의 깡패 이디아민이 보인 야만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지정과 매력으로 도장된 야만이기 때문이다. 밀로세비치의 가계를 읽다 읽다보면 6백만 유대인의 원혼을 한 줌의 연기로 날린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찾던 기억이 새롭다. `노동만이 (우리를)자유롭게 한다!(ARBCIT MACHT FRCI!)'는 아치 간판이 붙은 수용소 입구 안으로 발을 들이면 당시 나치 엘리트 장교들의 관현악 연주장으로 쓰였다는 빈 막사가 나타난다. 야만과 문명이 공존하던 현장이다. 그곳 연주장 막사에서 느끼던 절망을 밀로세비치의 웃는 얼굴에서 거듭 느끼는 것이다. 흉악한 몰골 보다 외모가 번지르르한 깡패한테서 더표한(慓悍)함을 느끼듯, 또 한벌과 신분을 세대로 갖춘 지성인이 기껏 유치원생 수준의 몰상식과 이기심을 나타낼 때 주위가 더욱 절망하듯 지금 전세계의 시선이 밀로세비치의 인격적 전박에 절망하는 것이다. 왜 이런 인물이 태어 나는 걸까. 밀로세비치의 소년 시절을 추적하다 보면 인근 나라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 지망생 아돌프 히틀러의 소년 시절이 떠 오른다. 미술학교에서 퇴학당한 후 비엔니 숲속을 방황하던, 눈 큰 한 게르만 소년의 절망과 만나게 된다. 히틀러 역시 불행한 부모밑에서 자란다. 아버지는 히틀러가 14살 되던 해 죽는다. 아버지보다 22살이나 어린 어머니 클라라는 아버지의 사촌 여동생으로, 히틀러에게는 고모가 된다. 그녀가 사촌 오빠의 품에 반 강제로 안긴 것은 오빠의 둘째 아내가 병으로 죽기 직전으로, 둘 관계는 그런 의미에서 불륨 관계였다. 히틀러는 이런 범죄가운데 잉태된 아이였다. 히틀러와 그 보다 6살 어린 동생을 먹여 살리기 위해, 거기다 전처들이 남긴 소생까지 떠 맡은 클라라가 남편과 사별후 어떤 생계 수단을 썼을지는 익히 짐작이 간다. 딱이 확인되지는 않지만 히틀러의 생모가 그 후 동네에서 토푼깨나 있는 우대인 간부를 갖게 됐고, 따라서 히틀러의 눈에 유대인의 미운 털이 박히기 시작한 것은 이 때 부터로 기산하는 관측이 유력하다. 히틀러가 훗날 `나의 투쟁(MEIN KAMPF)'에서 "수천 수만의 순수 독일 피를 이어 받은 소녀들이 역겨운 안짱다리 유대인 사생아들의 배 밑에 깔려 신음하는 악몽에 시달린다" 고 절규한 것은 그런데 연유한다. 생모의 간부는 안짱다리였던성 싶다. 밀로세비치의 올 해 나이가 57세라는 건 그의 출생이 2차대전 종전직전, 다시 말해서 히틀러의 종말이 서서히 예고된던 시기와 일치된다. 괴기 심령영화 처럼 히틀러의 악령이 밀로세비치의 출생을 통해 재현된게 아닐까. 또 히틀러의 출생(1889년)이 이웃 러시아의 빈농 출신 스탈린이 태어난지 만10년 되는 해라는 점에서 또한차례 음산해 진다. 영국의 역사가 앨런 벌록(ALLAN BULLOCK)이 쓴 `이틀러 와 스탈린'은 두 인물의 심성을 과학적으로 검중,그 공통점을 낱낱이 발리고 있다. 히틀러가 미술학교에서 퇴학당하듯, 스탈린 역시 어머니가 그토록 바라던 사제러, 또 신부 코스에서 탈락된 스탈린의 만행은 그런 의미에서 예술성과 영성으로 도장돼 있다. 지성으로 도장된 밀로세비치의 야만처럼. 그리고 엄밀하는 그 시대 그민족의 심성을 반영한다. 1,2차대전의 보탄을 차례로 누른 스라브족(밀로세비치의 세르비아도 스라브족에 속한다)과 게르만족이 으당 치러야 할 업보인 것이다. 지난 주 이 난에서 강조했듯, 하늘이 불량한 지도자를 세움은 그 민족의 불의를 정치하기 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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