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출점 규제와 지역 골목상권의 반발로 신규 점포 개설이 가로막힌 대형마트가 기존 독립형에서 벗어나 임대형과 슬림형 매장으로 속속 눈을 돌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매장 개설에 따른 비용 부담과 투자 위험이 적고 부지 확보도 쉬워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새로 문을 여는 대형마트 점포는 이마트 4개, 홈플러스 1개, 롯데마트 3개 등총 8군데다. 2012년 27개 매장을 신규 출점한 것과 비교하면 2년 새 3분의 1 이하로 급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오픈한 2개점(의정부점·별내점)을 독립형 매장으로 선보인 것과 달리 올해는 입점 방식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독립형으로 꾸리면 규모를 키울 수 있고 주차와 부대시설 등 고객 편의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지 매입과 건물 신축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매장에 2012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이마트 메트로'를 새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마트 메트로는 매장 규모를 대폭 축소한 '미니 이마트'로 1999년 처음 선보인 이래 현재 신월·수서·광명·이문·이수·장안 등 수도권에 5개점이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의 중간 규모지만 매장 규모가 작아 판매 물품이 적고 주차가 불편하다.
홈플러스는 일찌감치 임대형 매장과 슬림형 매장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오픈한 관현점의 영업면적은 기존 매장의 3,000평보다 작은 2,000여평이다. 올해는 세종시에만 신규 매장을 낼 예정인데 향후 주상복합건물이나 전철역 등 다중시설물 위주로 임대형 매장을 도입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임대형과 슬림형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제2롯데월드, 수원시(광교신도시), 거제시 3곳에 신규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광교신도시점과 거제점은 최근 투자자문회사와 20년 임대 조건으로 점포 매각 우선협상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아직 개장 전인 매장을 매각했다는 점에서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한계에 달했다는 증거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앞서 롯데마트는 KB자산운용에 부평점 등 5개 점포를 매각해 임대로 전환했다. 직접 매장을 보유하는 것보다 이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매장 크기도 슬림형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 개점한 7개 점포 중 마장휴게소(722평), 판교점(1,897평), 선부점(2,002평)은 모두 기존 매장보다 규모가 작고 올 들어서는 거제점도 2,000평 안팎이 될 전망이다.
대형마트가 임대형과 슬림형에 눈을 돌리는 것은 점포수가 500여개에 달해 사실상 단독으로 들어설 부지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출점 규제와 대형마트 입점을 반대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인근 재래시장의 목소리가 높아 대규모로 독립형 매장을 꾸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주상복합건물, 터미널, 전철역 등에 임대형으로 입점하고 매장 크기도 한층 줄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신규 매장이 임대형과 슬림형으로 변신하는 추세"라며 "온라인 및 모바일 쇼핑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