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MIT서 배우는 창조경제


창조경제 사회는 아이디어를 통한 혁신이 경제활동의 핵심이 되는 사회라고 정의할 수 있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혁신생태계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인력수준에 비해 창조경제의 핵심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혁신생태계가 아직 미약하다. 따라서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혁신생태계가 발달된 지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보스턴 지역은 생명공학ㆍ의료산업ㆍ정보통신 등 첨단산업이 밀집돼 있으며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ㆍ하버드대 등 세계 최고의 대학, 다나파버 암연구소ㆍ매사추세츠종합병원 등 미국 최고의 병원 및 연구기관, 약 500여개의 첨단 바이오테크 기업 등이 소재한 과학기술과 혁신의 중심지다. 이는 수준 높은 교육기관, 첨단기술 기업, 창업문화, 벤처캐피털 등이 조화를 이루는 혁신생태계가 고도로 발달한 결과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미 서부의 실리콘밸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보스턴만큼 창업과 혁신의 뿌리가 깊게 자리잡은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탄탄한 벤처생태계로 창업 지원

최근 필자는 정보기술(IT)ㆍ바이오ㆍ로봇 분야 등에서 성공한 보스턴 출신 벤처사업가들의 창업 스토리 발표에 참석한 적이 있다. 발표한 벤처사업가들은 한결같이 MIT의 창업지원 시스템, 과학기술 관련 재단에서의 연구지원금, 벤처투자가와 정부의 투자지원이 결합된 혁신생태계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그들은 지식획득에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기기를 적극 권장하는 MIT 특유의 문화가 보스턴 혁신생태계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MIT는 세계 최고의 대학답게 연간 8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연구비, 유능한 교원 및 학생들이라는 원천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MIT의 혁신을 지탱하는 인프라에는 국제적 연구협력 프로그램, 기술이전기관, 졸업생 중심의 기업가 포럼, 재학생들이 운영하는 창업경쟁 프로그램, 기업협력 프로그램 등이 있다. 또한 이 커뮤니티 구성원은 멘토링, 다양한 경영과목, 학생창업클럽 등에 참여함으로써 풍부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즉, 다수의 훌륭한 아이디어 중 최선의 것을 밝혀내는 일종의 혁신 필터링이 촘촘하게 갖춰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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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다양한 학생들이 만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교류, 검증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대학 기관들도 MIT와 같이 교원과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환경조성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연구 결과물을 기업으로 연결하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도입한 대학은 많지만 이를 연구자 중심의 지원과 창업지원, 사업계획 멘토링 등 수요자 중심 프로그램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국내도 연구자중심 지원 나서야

정부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스위스ㆍ캐나다ㆍ독일 등 선진 국가들은 수년 전부터 자국의 유망 벤처기업들을 5~20개를 선발해 2주에서 3개월 동안 보스턴 지역의 혁신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오고 있다. 즉, 유망 벤처들의 사무실 입주를 지원해주고 창업경연대회, 멘토링, 투자자와의 네트워크 구축 등 보스턴의 혁신생태계를 집중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들은 자국으로 돌아간 후 현지 실정에 맞는 혁신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보스턴 지역의 대표적인 벤처 성공사례인 아이로봇사의 최고경영자(CEO) 콜린 앵글의 발언은 인상적이었다. "창업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은 주어진 위험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을 관 수년 내지 수십년이 리할 줄 아는 위기관리 능력이 창업자에게는 더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또 실제로 창업하는 과정에서 생활이 가능한 수입이 생기거나 투자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 줄 때까지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창업자나 이들을 지원하는 정부 및 투자 관계자는 창업에 대한 열정과 녹록지 않은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긴 안목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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