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새해를 맞지만 대한민국을 기다라는 것은 거친(WILD) 대내외 환경이다. 저성장과 디플레이션·가계부채는 물론 신흥국 불안과 환율전쟁의 악재가 난마처럼 얽혀 있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수는 없다. 70년 전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났던 것처럼 우리 경제를 얽매는 악재를 극복해야 한다. 명석한 지혜(WISE)와 소통이 필요한 2015년이다.
2015년은 플라자합의 3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는 폭등했고 우리 경제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엔화는 가파른 약세가 예상된다. 중국도 성장률 둔화로 위안화 절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며 유럽도 양적완화가 임박했다. 환율전쟁의 암운이 짙게 드리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흥국 경제불안은 악재다. 미국 금리인상에 저유가까지 겹쳐 러시아를 시작으로 신흥국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신흥국이 불안하면 수출에도 타격을 받지만 우리나라의 탄탄한 거시건전성 덕에 이머징마켓에서 차별화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원화절상 압력으로 작용해 수출불안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이 똬리를 틀고 있다. 2015년 경제성장률은 3%대에 머물며 5년째 4%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저성장이 자연스러운 '뉴노멀'에 맞닥뜨릴 수 있다. 반면 디플레이션 우려는 증폭돼 악순환의 흐름을 보일 수 있다. 또 '세계의 공장'인 중국 생산자물가가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어 세계는 디플레이션과의 전쟁 양상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가 하면 가계부채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월급은 늘지 않는데 부채만 증가하니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이는 민간소비의 구조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 금리인상으로 도산하는 가구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거친 상황에 봉착한 한국 경제는 한마디로 '사고무친(四顧無親·사방을 둘러봐도 우군이 없는 난처한 상황)'한 모습이다.
해법은 없을까. 선택과 집중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먼저 구조개혁이다. 마이클 포터 미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일본 경제 위기 보고서(2000년)'에서 "대형 소매점포가 두부 한 모를 팔기 위해서는 150건이 넘는 서류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며 "규제개혁 없이는 일본의 미래도 없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수차례 규제개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아베 신조 정권은 지금도 세 번째 화살을 쏘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장기 저성장 기조에 진입했으므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폭탄도 관리해야 한다. 해답은 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2014년 3·4분기까지 7분기 연속 소득증가율을 웃돌았다. 가계의 소득확대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이 실장은 "여성과 장년층이 일자리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등의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율안정도 시급하다. 2014년 우리 기업들은 실적이 좋지 않았다. 환율 탓이다. 3·4분기 기업 매출 증가율은 -3.2%(전년 대비)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4분기(-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실장은 "디플레이션 위험이 증폭됐던 1987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 총리의 평균 재임기간은 1.4년이었다"면서 "구조개혁의 필요성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쓴 보약'을 삼킨 지도자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다행히 새해 우리 여건은 일본보다 낫다. 큰 선거가 없는 2015년은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경제에 집중할 수 있는 적기다. @sed.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