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역시나」 한보수사(사설)

19일 대검중수부의 한보그룹 특혜대출 의혹사건 중간수사결과 발표는 「역시」예상했던 대로 진상규명과는 거리가 멀다. 「정확한 부도원인과 인허가 및 대출과정에서의 비리를 규명, 관련자를 엄벌하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수사이유가 무색하게 국민들의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검찰은 앞으로 정태수씨의 은닉재산 및 관련 공무원들의 비리부분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나 결정적인 단서가 제시되지 않는 한 수사는 사실상 종결된 분위기여서 허탈감 또한 크다. 검찰수사 결과 외압의 실체는 자신을 「깃털」로 비유했던 홍인길 의원과 황병태 의원 선에서 마무리됐다. 홍의원의 경우 청와대 총무수석 재직시에도 2억원의 뇌물을 받고 대출압력을 가한 혐의가 추가된 것 정도가 새로울 뿐이다. 그러나 5조7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대출이 의원 두사람의 압력으로 이뤄졌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 보다 큰 외압의 「몸체」를 밝히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였으나 그것을 파헤치기에는 검찰로서도 역부족이었던 것같다. 검찰은 관련부처의 정책오류 여부에 대한 수사도 했다고 하나 밝혀낸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관련자들의 무혐의를 확인해 주는 것으로 끝냈다. 검찰은 한보그룹이 91년 수서사건, 95년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거치면서 93년이전의 회계장부를 거의 파기한데다 금품수수가 거의 현금으로 이뤄져 수사에 애로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래서 수사는 정씨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대형비리를 헤치고 재기하는 신통력을 발휘해온데다 비밀을 잘 지켜 「자물통」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정씨가 이번에 비리의 전모를 밝혔으리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정씨의 계산된 진술로 사건이 왜곡 또는 은폐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 대한 조사인데 정씨의 조사태도로 보아 크게 기대할 것은 없어 보인다. 결국 야당측이 결정적 단서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검찰수사는 야당의원들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손상된 김씨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고 한보와의 무관함을 입증시키는 것으로 끝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보사건의 그같은 결말은 뒷날의 불씨를 남기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결코 불식되지 않을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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