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41년 국제정치 현장 누빈 외교관이 말하는 생존전략

■ 신(新) 조선책략

최영진 지음, 김영사 펴냄


주미대사 등 외교관으로 41년간 국제정치 현장을 누빈 저자가 오늘날 한국이 처한 외교 현실을 진단하고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 저자는 20세기초를 지배했던 '전쟁 패러다임'이 '무역 패러다임'으로 대체된 후 대북관계와 한미동맹의 미래, 중국의 부상, 일본의 우경화 등 동아시아를 둘러싼 여러 변화를 짚어가며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을 세울 것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신(新) 조선책략'의 구체적인 그림은 무엇일까. 대북관계에 있어서 저자는 억지정책(deterrence)과 교류정책(engagement)을 동시에 구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북·중 관계와 관련, 북한이 결국 중국에 예속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기도 하지만 이는 구 패러다임 아래서 생긴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또 "뉴(NEW) 패러다임 아래서는 약소국이나 가난한 나라는 손쉬운 먹잇감이 아니라 부담 덩어리가 된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내부 붕괴로 어느 날 불현듯 지진처럼 찾아올 수도 있는 통일에 대해 우리 정부의 비상대책(contingency plan)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관련기사



한일 교류에대해서는 일본 우경화에 대한 냉철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일본은 움츠러드는 국력 속에서 팽창주의와 군국주의의 어두운 기억을 계속해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들의 과거사를 부정하는 태도가 단기간에 변화하리라는 생각을 버리고, 일본 우경화에 대해서는 감정적 대처보다 실리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저자는 "식민 통치를 경험하지 못한 국제사회의 정서는 우리 정서와는 사뭇 다를 것"이라며 "한·미·일 관계 속에서 중국을 주목하면서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북관계에서 한일교류까지 조목조목 분석하며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주된 메시지는 "구(舊) 패러다임에서 생성된 국민 정서, 즉 피해 의식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쟁의 시대에 한국의 역사는 그야말로 피해의 역사였다. 이런 쓰라린 경험에 의한 피해 의식은 아직도 우리의 국민 정서 속에 강력한 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이 국민 정서와 국익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피해의식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한 외교를 펼쳐야 한국이 세계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의 변화와 적응은 곧 생존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5,500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