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미국을 포함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대한 일본의 공식 참여발표를 당초 계획했던 10일에서 하루 연기했다. 야권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게 들끓는 등 TPP 협상 참여를 둘러싼 논의가 막판 진통을 겪으면서 당초 '뚝심'으로 TPP 참여를 밀어붙이겠다던 노다 총리가 일단 숨고르기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궁지에 몰린 일본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TPP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노다 총리의 믿음이 확고한 만큼 최종적으로는 총리의 의견이 관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다 총리는 당초 10일 민주당 당정3역 회의와 각료위원회를 거쳐 기자회견을 열고 TPP협상 참가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오후 늦게 "모두의 의견을 반영해 하루 더 생각을 해 보겠다"며 회견 일정을 11일로 연기했다. 다만 노다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거센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경제회생을 위해 TPP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뚝심'을 발휘해 온 만큼 11일 회견에서 TPP 참여 의사를 공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종적으로 협상 참여결정을 내릴 경우 노다 총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기간인 오는 1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동하는 자리에서 일본의 참여 의사를 미국측에 전달할 방침이다. TPP 참여를 둘러싸고 오랜 진통을 겪어 온 일본이 협상에 참가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리게될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TPP협상 국가는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페루, 칠레, 브루나이 등을 포함해 총 10개국으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을 제외하면 영향력 있는 참여국이 없다는 점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TPP는 3위 경제국인 일본의 협상 참여 결정으로 단숨에 세계 최대규모의 자유무역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TPP 협상 참여 10개국의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미일 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6%에 달한다. 이처럼 미일 두 나라가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 때문에 일본이 참여하는 TPP는 사실상 미일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성격을 띠게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미국과의 FTA 대신 굳이 다자간 TPP 협상을 고집하는 이유는 한국 등에 비해 자유무역에서 크게 뒤처진 그동안의 부진을 한꺼번에 만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TPP협상 대상 9개국과 일본의 교역 규모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2% 수준으로, 호주(17%), 말레이시아(11%) 등 다른 국가들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본 입장에서는 TPP에 참가함으로써 미국과의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주 목적을 달성하는 동시에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과 한꺼번에 교역 확대의 물꼬를 튼다는 이점이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다만 벌써부터 일본의 TPP협상 참여가 국내 반대여론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세계 최대의자유무역권에 동참하겠다는 노다 총리의 계획이 실현될 지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TPP는 예외 없는 관세 철폐와 원산지, 무역구제, 금융서비스, 정부조달 등 총 21개 분야에서의 폭넓은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구상인 만큼 각 분야에서 10개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일본의 겨웅 농산물 관세철폐 등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어서 일단 협상에 참여해도 여론 악화에 밀려 중도에 발을 빼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일본의 정치권과 농업계 등에서는 미국과 호주 등 농업대국과의 TPP로 무관세로 수입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올 경우 국내 농가가 초토화될 수 있다며 반대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이 밖에 금융서비스, 의료 분야 등의 비관세 장벽 제거 논의 과정에서도 관련 업계 등 국내 여론의 강도 높은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이날 자민ㆍ공명ㆍ사민당 등 야권은 TPP 협상 참여 결정 과정에서 국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며 중의원에 반대 결의안을 제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