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모토로라가 남긴 교훈


"외국계 기업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들은 두 가지 마인드를 갖고 있어요.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가 잘 돼야 한다는 게 우선이지만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지는 것이에요."


지난해 기자가 만났던 모토로라코리아 전 대표는 모토로라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말에는 글로벌 정보기술(IT)시장에서 추락하는 모토로라에 대한 아쉬움과 연일 약진하는 한국 휴대폰에 대한 찬사가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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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종가'모토로라가 누적된 실적 악화로 내년 2월 한국 시장을 떠난다. 기업용 통신장비를 담당하는 모토로라솔루션은 남기고 휴대폰 사업부인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없애는 것이지만 사실상의 한국 철수다. 국내 임직원 400여명은 당장 일자리를 새로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모토로라의 한국 철수는 우리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공식적으로 한국 지사를 세운 것은 지난 1988년이지만 모토로라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건 1967년부터다. 제3공화국이 주도한 외국인투자유치법에 따라 반도체사업부(현 프리스케일)의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국내 첫 반도체 생산공장이자 첫 외국계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1980년대에는 한때 국내 전자산업 수출액의 10%를 담당했고 당시 근무했던 인력들은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으로 자리를 옮겨 'IT 코리아'의 주역이 됐다. 모토로라가 '한국 IT산업의 산파'로 불리는 이유다.

떠나는 모토로라를 바라보며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은 어쩌면 쾌재를 부를지 모른다. 하지만 모토로라의 한국 철수는 국내 IT산업의 생태계와 국산 휴대폰의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약보다 독이 될 여지가 다분하다. 현재 국내 휴대폰시장에서 국산 휴대폰의 점유율은 90%를 웃돈다. 국내 휴대폰 3사의 기술력과 마케팅이 빚어낸 결과라고는 걸 감안해도 지나치게 기형적인 구조다. 다양한 선수와 체급이 있어야 경기의 수준이 높아지고 관객도 덩달아 는다. 모토토라의 한국 철수는 지난해 새 주인이 된 구글의 결정 때문이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국내 휴대폰 3사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덕분에 글로벌 휴대폰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떠나는 모토로라와 그 위를 지배하는 구글 사이에 국내 휴대폰 업계가 찾아야 할 해법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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