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마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재벌 2~3세들이 빵집에 이어 물티슈나 라면ㆍ소금 등 식품ㆍ생활용품으로까지 무분별하게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점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만석꾼 경주 최 부자의 예를 들면서 "흉년이 들 때면 부자 만석꾼들이 소작농들의 땅을 사서 넓혔지만 경주 최씨는 흉년 기간에 어떤 경우도 땅을 사지 말라는 가훈을 지켜 존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말은 내수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 2~3세들이 생계형 소상공인의 영역까지 침해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들의 사업영역 확대와 관련해서도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때에 대기업들이 소상공인들의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에게는 공직윤리가 있고 노동자에게는 노동윤리가 있듯이 이는 기업의 윤리와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이 대통령의 말은 지난 2009년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자인하고 있지만 출총제 부활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출총제 폐지 이후 대기업들은 제빵 등 외식사업과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등 중소기업 영역까지 침범, 계열사 일감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출총제 부활이나 보완보다는 여전히 '기업윤리' 등 대기업의 자율적 규제를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