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두만강에 부는 변화 바람


중국 동북의 지린성 최동단에 위치한 방천. 러시아, 북한과 맞대고 있는 국경 지역으로 그 끝단에는 청나라 말기인 1,880년대 간도 개척에 나섰던 흠차대신 오대징이 세운 영토 표지 비석인 토자패(土字牌)가 세워져 있다. 토자패에 서면 두만강 하류를 따라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동해가 바라보인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 러시아 영토에 에워싸여 동해를 바라볼 뿐 바다로 통하는 길이 막혀 있는 형국이다.

영토 구획이 분명치 않았던 당시 사정상 오대징이 동해 바닷가에다가 토자패를 세우도록 명령했지만 비석 운반이 고됐던 병사들이 미처 동해까지 이르지 못하고 중간에 설치하는 바람에 지금의 국경선이 확정됐다는 민간의 얘기도 흘러나온다. 사실 중원을 세계의 중심이라 여기며 쇄국 정책을 폈던 청나라 시기에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해양 루트의 중요성을 인식했을 리도 만무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동북아 태평양 시대를 맞아 어떻게든 해로를 뚫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동북 경제개발, 특히 창춘과 지린, 투먼을 잇는 이른바 창지투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북한의 나진항 연계 등을 통한 태평양 루트를 뚫어야 한다. 요녕성 다롄항, 베이징 인근의 천진항의 물류 수용 능력은 이미 한계에 달한데다 지린성 자체의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북한과 러시아와의 경제합작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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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중국이 두만강 유역의 지린성 훈춘에 북한ㆍ러시아ㆍ중국 등 3국의 경제협력 구상을 담은 '훈춘 국제합작 시범구'착공식을 가진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북한의 원정리와 마주하고 있는 훈춘의 권하세관, 러시아와 맞닿아 있는 훈춘세관 등 주요 길목에는 국제합작 시범구 지정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푯말과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다.

지금 권하세관에는 나진항까지 이어지는 48㎞ 도로 구간을 포장하기 위한 막바지 공사를 위해 북한 측으로 들어가는 중국 측 트럭들이 줄을 잇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린성의 태평양 루트를 뚫기 위해 자체 비용으로 나진항까지의 도로공사를 책임지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미 중국의 자원개발 회사인 창리그룹은 나진항 1호 부두를 통째로 임대해 동북의 석탄을 동해를 거쳐 상하이 등지로 퍼 나르고 있다.

해양 루트가 생기면서 기존에 기차를 통해 중국 남부 내륙으로 가는 운송보다 물류 비용이 3분의1로 확 줄었다고 한다. 한국 기업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ㆍ태평양 시대를 맞아 이곳 두만강 유역 경제권을 눈여겨볼 때다. 이 점에서 포스코가 훈춘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150만평 규모의 국제물류단지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는 2020년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ㆍ태평양 국가 간의 물류 허브로서 우뚝 서겠다는 구상이다. 한반도 통일 경제권을 내다보고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서는 제2ㆍ제3의 포스코 같은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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