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버핏세' 통과 미흡하지만 의미 크다


임진년 새해를 단 10분 앞두고 이른바 '한국형 버핏세'인 부자증세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전격 통과했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첫 해에 발표했던 대규모 '부자감세' 내용들이 야당 등의 강한 반대로 상당 부분 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감세규모는 약 90조원에 달한다. 당초 발표대로 부자감세가 시행됐더라면 나라가 거덜나지 않았을까 아찔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연말 국회에서 의외의 일이 연출된 것이다. 'MB 노믹스'의 핵심인 부자감세가 철회된 것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에 의해 '부자증세'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난 4년간 잘못된 감세정책으로 사회적 혼란을 자초한 데 대해 사죄했어야 함에도 오히려 '버핏세 유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방귀 뀐 놈이 성 내는 격'이다.


앞서 민주통합당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전체 소득자의 1%에 해당하는 과표 1억5천만원 이상자에 대해 40%로 과세하는 버핏세를 주장했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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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마음에 본회의에 직접 수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본회의 통과를 위해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의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세율은 40%에서 38%로 과세표준은 1억5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조정됐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끝까지 수정안 처리를 막다가 결국 본회의 심의 마지막 순간에 과세표준을 '3억원'으로 올려 통과시키는 꼼수를 부렸다. '부자 정당' 이미지로는 양대 선거를 치를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무늬만 버핏세'를 도입한 것이다.

통과된 수정안은 전체 소득자의 0.17% 밖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당초 '버핏세'의 취지에는 매우 미흡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부자증세'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은 여당 스스로 'MB 노믹스' 실패를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비록 야당에 떠밀려 '울며 겨자먹기'로 감행한 일이었지만 조세정책 방향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수적 열세로 민주통합당의 '버핏세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그러나 이미 '1%의 횡포에 대한 99%의 반란'은 시작됐다. 이제 부자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길을 터줘야 한다. 올해 치러질 양대 선거에서 야권에 힘을 실어주면 '제대로 된' 버핏세 법안은 바로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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