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는 물론 평범한 시민들도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을 직접 찾거나 TV 생방송을 통해 교황에게 눈과 귀를 집중했다.
신자와 시민들은 공식일정이 시작되기 전인 이날 새벽부터 교황이 머물고 있는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 앞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길목에서 얼굴이라도 보겠다는 일념으로 모인 이들은 오전 8시 42분께 검은색 국산 준중형차를 탄 교황이 모습을 드러내자 벅찬 감격을 감추지 못했고, 교황은 손을 들어 화답했다.
교황이 시복미사에 앞서 200여년전 한국천주교회의 초기 신앙인들이 처형된 서소문 순교성지를 방문해 헌화하는 현장 주변도 800여명의 시민으로 북적거렸다.
일부는 접근이 통제되자 순교성지 맞은편 아파트 화단에 올라가 큰 소리로 ‘파파!’를 연호했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교황은 서울광장에서 시복미사가 치러지는 광화문 바로 앞 제단까지 30여분간 덮개 없는 흰색 차로 이동하며 시종 환한 웃음을 지으며 양 옆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축복을 전했다..
밤을 새워가며 전국에서 모인 시복식 참가자들은 “비바 파파” “교황님 고맙습니다,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하얀 수건을 흔들었다.
신자와 시민들은 교황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교황이 지나는 곳마다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과 동영상을 찍느라 분주했다.
교황은 카퍼레이드 종점인 제단을 지나쳐 서울광장으로 방향을 튼 뒤 시복식에 참석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 400여명 앞에 차를 세웠다.
그는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47)씨의 두 손을 맞잡고 위로했고, 왼쪽 가슴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단 채 시복미사를 진행했다.
세월호 유가족 외에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소외된 자들도 그러한 교황의 모습에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농아인들은 수화로 묵주기도를 올렸고, 교황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어쩔 줄 몰라하거나 손을 맞잡고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도 있었다. 미사가 시작되자 이들은 수화로 성가를 불렀다.
미사가 시작되고 교황이 순교자 124위를 복자로 선포하자 자손들은 감개무량함을 감추지 못했다.
첫 한국인 사제인 성(聖) 김대건 신부의 조부이자 이날 복자로 선포된 김진호씨의 종친인 김종성(47)씨는 “이런 자리에 있을 수 있어서 영광스럽고 굉장히 뭉클하다”고 가슴 벅차했다.
이날 시복미사가 열린 광화문광장에서 시청앞까지 이르는 방호벽 안에는 미리 초청받은 17만명이 새벽부터 꽉 들어찼고, 주변 도로와 찻집 등은 초대를 받지는 못했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교황을 보려는 신자와 시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전날밤인 15일 밤부터 광화문광장 주변을 다녀간 신자와 시민들은 연인원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어마어마한 인원이 모였지만 신자와 시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잃지 않았다.
행사장 입장부터 미사 종료까지 8시간 동안 현장에선 별다른 소란이 없었고, 참석자들은 미사가 종료되자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정리한 뒤 퇴장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