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그리스를 시작으로 촉발된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유럽공동체 국가 수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좀처럼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는다.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독일은 위기 극복의 해결사로 주목 받고 있다. 그 중심에 독일의 약 360만 중소기업 '미텔슈탄트(Mittelstand)'가 있다. 그 어원은 19세기 독일사회에서 중간층을 형성했던 숙련기술인들이 중소기업을 창업한 것에서 유래한다.
경제학자 헤르만 지몬은 '히든챔피언'이라는 저서에서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강소기업을 소개했다. 히든챔피언인 미텔슈탄트는 1,5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원동력은 독일 특유의 직업교육제도인 '아우스빌둥(Ausbildung)'에 기반한다. 히든챔피언 기업에 '아우스빌둥'을 통해 양성된 전문 기술인력들이 입사하면서 최고의 장인정신과 기술력을 이어나간다.
'아우스빌둥'은 기업체에서 수련생으로 일하며 직업학교의 현장 실습과 이론교육을 받고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제도다. 10년 동안 의무교육 기간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독일 학생들은 생산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 직업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받는다. 연간 약 150만명의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관련 기업에 채용돼 마이스터로 성장하게 된다.
이 제도의 운영에는 기업의 역할이 크다. 기업이 현장의 기술인력을 책임지고 가르치며 성장시킨다는 철학이 철저하게 배어 있다. 청년 직업교육의 80%를 담당하며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한다. 최근에는 재정위기 이후 무려 40%가 넘는 심각한 청년 실업률을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지난 7월 독일에서 끝난 제42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18번째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그 주역은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 9명이었다. 이들에게 열정을 불태우고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것은 우리 중소기업의 역할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인재를 필요로 한다. 과거의 선진기술을 모방한 제품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역량은 창의적 인재에게서 나온다. 창조경제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인재를 먼저 발굴하고 꾸준하게 키우는 기업이 앞서간다.
중소기업은 항상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제는 현장 중심의 직업교육으로 맞춤형 실무능력을 갖춘,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마이스터고ㆍ특성화고 학생들이 바로 창의인재들이고 이들을 키워야 할 때다. 대학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일터에서 직장 선배들에게 배우고 스스로 갈고 닦을 수 있도록 기업이 체계적으로 교육ㆍ훈련시키는 시스템을 갖추면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인재들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