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중앙·지방 복지재정 분담' 이렇게 생각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기초노령연금 등 새로운 복지정책을 도입하거나 무상보육 등 복지 수혜자를 확대할 때마다 중앙ㆍ지방정부 간에 재원 분담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예산과 법안이라는 칼자루를 쥔 정부와 정치권의 일방 통행식 일 처리는 정책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예산낭비, 서비스 공급자ㆍ수요자의 혼란을 초래한다. 개선 방안에 대한 두 전문가의 견해를 싣는다.

●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


대통령 주재 지방재정결정위 신설

보육비 등은 전액 국고사업 전환을

복지재원 부담을 둘러싼 중앙ㆍ지방정부 간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영유아 무상보육 전면실시에 따른 추가 재원부담 문제도 그렇다. 국회가 지난해 12월31일 일방적으로 0~2세 영유아 무상보육 지원대상을 확대(소득 하위 70%→모든 계층)함에 따라 재원의 40~50%를 분담해야 하는 지방정부는 올해 최소 3,400억원, 무상보육 전면실시에 따른 보육시설 이용자 증가를 감안하면 4,900억~9,0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영유아 무상보육과 관련한 문제의 핵심은 급격히 늘어나는 지방재정 부담을 지방정부가 감당하지 못하는데 있다. 지방정부는 가용재원이 없어 추경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태며, 국비 지원을 미룰 경우 일부 시도 외에는 대부분 6~7월경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순세계잉여금 1조4,000억원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 돈은 매년 지방에 배분되기 때문에 올해 예산에 이미 반영돼 있어 추가 지원이라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재정부는 재정중립 원칙을 위해 무상보육 예산을 지원할 경우 교부세를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지방정부에 재정부담을 일방적으로 떠넘긴 채 실질적인 재원보전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에서 지방소득세 및 지방소비세 비율 확대를 통해 지방재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어 지방정부로서는 기대가 크다.

이처럼 지방정부의 재정상태가 어려운 원인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지방재정난 원인과 대책, 2010)는 세입 측면에서 중앙정부의 일방적 감세정책의 누적과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 세출 측면에서 국가사업에 지방비를 의무적으로 부담하게 하는 국고보조사업의 지속적 확대를 들고 있다.

중앙ㆍ지방정부 간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재정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전반적 개선이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국고보조사업은 철도ㆍ도로ㆍ항만과 같이 외부효과가 큰 사업이 대상이며 외부효과만큼 보조금을 지급한다.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방정부가 시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유인책이다. 따라서 외부효과가 거의 없고 보육료ㆍ기초노령연금 등 전국적ㆍ통일적ㆍ일률적으로 시행되는 사회복지사업은 전액 국비로 수행해야 한다. 다만 사회간접자본(SOC)ㆍ지역 개발사업의 경우 외부효과에 준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제도화해 지방정부가 재정투입에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 우리나라 지방재정제도는 합리적인 재원분담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으며, 국고보조사업을 편성할 때 지방정부의 의견이 반영되기도 어려운 구조다.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지방재정부담심의회가 설치돼 있지만 권한ㆍ역할이 명확하지 않고 위상이 낮아 책임 있는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프랑스와 같이 해당 부처 장관과 시도지사, 시군구청장 대표로 구성되는 대통령 주재 지방재정부담결정위원회를 신설하고 여기에서 중앙ㆍ지방 간 재원분담을 합의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국회, 중앙ㆍ지방정부 간에 합의되지 않은 사안은 지방정부에 재정부담을 전가할 수 없도록 국고보조사업으로 편성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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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의 1,200개가 넘는 국고보조사업을 대폭 구조조정하면 정부 간 재정책임성이 높아지고, 중앙ㆍ지방정부 간 재정갈등도 미연에 방지될 수 있다. 국고보조사업 조정을 위한 정부의 결단을 기대한다.

● 배인명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

복지 확대로 지방재정 압박 심화

자주재원 늘리고 재원부담 명확하게

지난 4ㆍ11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든 정당들은 복지 확대를 최대 공약으로 제시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치권의 복지공약을 모두 이행할 경우 최소 268조원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도 복지 서비스 증대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2012년 정부예산을 살펴보면 보건ㆍ복지ㆍ노동 분야의 예산증가 규모는 다른 분야와 비교해볼 때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원하던 0~2세아 보육료를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국가에서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또 5세아를 위한 누리과정(보육ㆍ유아교육 공통과정)을 도입하고 오는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3~4세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시행하기로 한 무상보육 정책 등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들도 늘어나는 영유아 보육료 등 지원 예산의 상당 부분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정적 문제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은 보육료의 국비 부담비율을 높여줄 것을 촉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앙정부가 확대한 복지정책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분권교부세 도입 이후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5년 67개 복지 관련 사업을 포함한 149개 국고보조금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하면서 분권교부세를 신설했는데, 사업 이양에 따른 재원 이양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아 지방재정의 건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중앙정부의 복지 확대 정책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더욱 압박 받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해법은 기본에 충실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즉 교과서에 있는 원칙에 따라 복지 서비스의 역할과 재원부담 정도를 명확히 재정의해야 한다. 취약계층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등 국가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요하고 국가사무의 성격이 강한 사업은 중앙정부의 재정적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지방이양사업이어서 분권교부세를 통해 예산이 지원되고 있는 노인ㆍ아동ㆍ장애인ㆍ정신요양시설의 운영 등은 전국적인 범위에서 기획ㆍ집행될 필요가 크기 때문에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하고 국고보조율 100%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이와 반대로 복지 서비스 혜택과 영향이 지방적 범위로 제한되고 사업을 설계할 때부터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사업들은 지방의 자치사무로 이양하고 보조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이러한 성격의 복지 서비스에 대해서는 지역 차원의 복지 수요를 파악하고 다양한 방식의 서비스를 공급해 효율적인 서비스 전달을 도모하는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재원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복지 서비스의 확대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인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공멸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중앙과 지방자치단체는 서로 일방적인 명령이나 반발만 할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보다 합리적이고 기본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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