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논란을 두고 끝장투쟁을 예고했던 한나라당 내 갈등이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갔다.
사찰을 둘러싼 갈등이 여권 내부의 권력다툼으로 비춰지는 데 대한 부담감이 커져 인위적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힌 것이다.
당 내부에서는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닌 만큼 소강 국면이 지속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이 2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법사찰과 관련한 발언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당 지도부 및 중진들의 제안을 일단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최고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가) 해법을 찾겠다고 하니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상득 의원 실명 거론으로 증폭돼온 당내 갈등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 최고위원이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겠다고 밝힌데다 이 의원도 무대응 방침을 밝힌 만큼 더 이상 확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한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정 최고위원 측과 이 의원 간의 갈등을 풀기 위한 당내 중재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그간 불법사찰 문제를 적극 제기해온 정태근 의원도 이날 오전 3곳의 방송사와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이를 취소했다. 정 의원 측은 "오전 태풍 관련 방송 때문에 인터뷰가 취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당사자들은 증거자료를 내놓아야 한다"는 원희룡 사무총장의 라디오 인터뷰 내용에 대해 정 최고위원이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 최고위원은 "원 총장에게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했고 이에 원 총장이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재오 특임장관은 전날 불법사찰 문제와 관련, 정 최고위원과 정태근 의원을 각각 만나 설명을 들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