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농산물 수급 현황, 신중한 분석 필요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하면서 세계적으로 농산물 생산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ㆍ우크라이나ㆍ카자흐스탄 등 흑해 연안 곡창지대에 발생한 최악의 봄 가뭄은 국제곡물가격 상승의 도화선이 됐다. 8월에 러시아가 곡물 수출금지 조치를 한 데 이어 9월에는 우크라이나가 수출쿼터제를 도입하며 국제곡물의 공급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밀ㆍ콩을 비롯해 사료의 원료가 되는 곡물의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국제곡물가격의 변동은 곧바로 빵ㆍ라면ㆍ과자ㆍ두부 등 식료품 가격 변동과 연결되고 우리나라 장바구니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산물 수급 현황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국들의 생산량 추이 및 정부 정책, 투기세력의 개입 여부까지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지난 2009년부터 국제 곡물, 에너지, 경제, 환경 등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협의체인 '국제곡물정보분석협의회'를 운영하며 곡물 수급 관련 사항을 상시 모니터링해왔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미국 시카고에 민·관 합작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장기 안정적인 국가곡물조달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다행히 콩 수입량 세계 1위국인 중국의 긴축정책 등 가격상승 억제요인이 우세해지면서 올해 3월부터는 곡물 투기세력의 공격적 매수가 주춤해진 상황이다. 최근 러시아도 7월부터는 곡물 수출을 재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상황이 그리 밝지 만은 않다. 옥수수ㆍ밀ㆍ콩 등 주요 곡물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 주요 생산지에 가뭄·홍수·저온현상이 발생했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의 대표적인 곡물생산 기지에도 가뭄이 지속되는 등 곡물 생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겨울밀은 수확기를 앞둔 현재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아이오와ㆍ일리노이 등 중부지역은 수십년 만의 강우로 파종률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일기가 다소 호전될 것으로 전망은 되지만 파종지연에 따른 콩ㆍ옥수수ㆍ밀ㆍ쌀 등 국제곡물가격의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한때 세계는 하나라는 뜻으로 '지구촌'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러시아나 미국ㆍ유럽의 이상기후가 세계 전반의 농산물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현 상황에서 다시금 떠올리게 되는 표현 같다. 대부분의 곡물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다른 나라의 기상이변도 바로 우리의 일인 셈이니 말이다. 하반기 농산물 수급은 크게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섣부른 예측으로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유관 기관들이 정보력을 결집해 환경이나 경제 요인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한 신중하고 정확한 수급 분석을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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