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29일] 씁쓸함 남긴 보금자리 청약

"언뜻 보면 의외지만 당연한 결과였다."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보금자리주택의 사전예약 일반1순위자 청약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연한 결과라는 평을 내렸다. 예치금 1,200만원 이상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 첫날 6,072가구의 공급에 3,263명만 접수해 하남미사지구와 고양원흥지구가 미달된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이튿날 예치금 800만원 이상 납입자 대상 청약에서조차 1,227가구가 미달된 것에는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시세보다 20~30% 이상 저렴해 오랫동안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점에 비추어 본다면 다소 실망스러운 수치이기 때문이다. 당초 예치금이 1,000만원은 넘어야 당첨될 것이라던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하지만 청약 첫날 접수해온 총 3,263명 중 80%가 넘는 2,721명이 강남ㆍ서초지구에 몰린 것은 누구나 예상했던 당연한 결과였다. 오히려 더 많은 청약자가 몰리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더 의외였을지도 모르겠다. 보금자리 1차시범지구의 청약 경쟁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고 있는 이유는 까다로운 청약조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무주택 5년 이상에 청약저축 600만~1,200만원 이상을 납입한 세대주를 대상으로 우선접수를 받았기에 표면적인 경쟁률이 낮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했던 사람들의 80% 이상이 결국 '강남'을 택했다는 것에는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다른 두 지구에 비해 3.3㎡당 200만~350만원 비싼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강남을 택한 이면에는 엄청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물론 '마지막 로또'라고 공공연히 회자된 보금자리 주택의 강남ㆍ서초지구를 선택한 청약자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달 꼬박꼬박 청약저축을 넣어온 이들은 아마도 3.3㎡당 200만~300만원에 분양해 현재 3.3㎡당 2,000만원을 훌쩍 넘는 '분당신도시'의 모습을 떠올렸을 수도 있다. 또 2006년 분양돼 현재 웃돈만 4억원이 넘게 붙었다는 판교신도시 분양 기회를 아깝게 흘려 보낸 청약자들도 많을 것이다. 어쩌면 반복된 역사를 통해 사람들이 깨우친 것은 기회를 놓치면 '대박의 꿈'도 없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섣부른 단정일지도 모르지만 정부가 그린벨트 훼손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돕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보금자리주택 정책 역시 이보다는 투자와 시세차익을 위한 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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