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로봇 수술 시대' 활짝 열린다

세브란스 '다빈치' 복강경 수술 350회 넘어<br>출혈적고 정교한 작업 가능… 보험 적용 안돼

국내 대형 병원들이 수술용 로봇을 잇달아 도입, 로봇수술 대중화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로봇수술은 의료진의 손이 직접 닿기 어려운 전립선암ㆍ대장암 등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국내 대형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수술 로봇 도입을 추진, 로봇수술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미 로봇수술을 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외에 고대안암병원, 강남성심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이 올 하반기 수술 로봇 도입을 앞두고 있다. 도입을 검토 중인 병원도 여럿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로봇수술 350건 넘어서= 지난 2005년 7월 국내 최초로 복강경 수술용 로봇 ‘다빈치’를 도입한 신촌세브란스병원은 5월 현재 수술건수가 350건을 넘어섰다. 세브란스병원은 로봇수술 수요가 급증하자 지난 해 12월 영동 세브란스에도 최신 기종인 ‘다빈치S’를 들여와 전립선암 환자를 첫 시술했다. 세브란스 병원에 따르면 시행된 로봇수술의 90%가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으며 비교적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로봇수술 도입 당시 고가의 수술비로 대중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 수술을 선택하는 환자 가운데 부유층보다는 일반병실을 쓰는 환자가 더 많았다고 병원측은 전했다. 세브란스병원은 현재 전립선암, 위암, 부인암, 식도암, 직장암, 간암 등 다양한 암에 이 수술법을 적용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전립선암ㆍ대장암에 집중= 세브란스 병원 다음으로는 고대 안암병원이 다음 달 로봇을 도입해 7월부터 대장암, 직장암, 전립선암 등 대장 및 비뇨기계 질환을 중심으로 로봇수술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로봇수술을 담당할 전문의ㆍ간호사 등 전담팀을 해외로 연수 보내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수술에 나설 천준 안암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로봇수술은 팀원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므로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며 “조교수급을 수술 조력자로 쓰는 파격적인 팀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최근 로봇수술로 유명한 미국 오하이오대학교 메디컬센터에서 연수를 받았으며, 세밀한 조작을 위해 양 손가락을 움직이는 운동을 하루 수백번씩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미국에서 실시된 전립선암 수술의 60%가 로봇 수술이었다”며 “로봇수술 도입으로 국내 전립선암 치료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께 로봇수술을 시술할 대장항문외과 김선한 교수는 “로봇수술은 의료진의 손이 접근하기 어려운 전립선암, 직장암, 대장암 등에 매우 유용한 수술도구”라며 “정상조직의 손상을 줄일 수 있고 수술 후 경과도 매우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안암병원이 도입할 ‘다빈치S’는 4개의 로봇 팔을 갖고 있어 다양한 각도에서 수술할 수 있고, 기존 로봇보다 더 소형화된 데다 터치스크린 방식을 적용, 사용하기 편하다. 또한 기존 모델에 없는 디지털 줌 기능이 있어 보다 선명한 영상을 제공한다. 가격은 약 24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병원측은 조만간 산부인과 홍순철 교수팀과 전문간호사로 구성된 2차 로봇수술 연수팀도 미국에 파견할 계획이다. ◇한림대의료원, 3년내 5개 병원에 도입= 한림대부속 강남성심병원도 같은 기종인 ‘다빈치S’를 오는 9월 도입할 예정이다. 강남성심병원은 안암병원과 달리 심장수술에 로봇을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해 흉부외과 전문의 4명과 전문간호사 3명으로 구성된 흉부외과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미국 콜롬비아대ㆍ코넬대ㆍ이스트캐롤라이나대 병원을 방문해 최신기술을 습득했다. 한림대의료원은 향후 3년 안에 강동성심병원, 한강성심병원 등 산하 5개 병원 모두에 로봇을 도입할 방침이다. ◇출혈 적고 회복 빠르나 수술비 비싸= 수술용 로봇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다빈치’는 미국의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사에서 개발한 첨단수술장비로 지난 99년부터 미국에서 사용되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미국에 500여 대, 유럽에 150여 대, 아시아권에 20여 대가 보급돼 있다. 국내에는 2대가 있다. 브랜드는 최초의 인간형 로봇을 디자인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을 딴 것이며 ‘제우스’라는 또 다른 경쟁기종이 있었으나 인튜이티브 서지컬사가 인수한 뒤 사장시켜 버렸다. 로봇수술은 복강경수술을 할 때 처럼 지름 5~8㎜ 크기의 구멍을 3~5개 정도 뚫어 하는데 수술시간이 짧고 수술 후 통증이 덜하며 감염 위험도 낮다. 집도의의 미세한 손 떨림으로 인한 의료사고도 막을 수 있다. 특히 출혈이 적어 수혈이 줄고 입원기간이 단축돼 정상 생활로 빨리 복귀할 수 있다. 다양한 각도로 시술할 수 있어 복강경수술의 단점인 수술기구의 운동범위 제한이 없고, 10~15배 확대된 3차원 영상을 활용하기 때문에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로봇수술 시행 후 전립선암 환자의 대표적인 수술 부작용이었던 요실금(시도 때도 없이 소변이 나오는 증상) 및 발기부전 증상이 80% 이상 줄었고, 위암 환자는 2주 가량 걸리던 장 운동 회복기간이 평균 3일로 짧아졌다. 그러나 한 번 수술에 350만원의 소모성 비용이 들어 수술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또 탈ㆍ부착해 사용하는 로봇 손 하나가 300만~400만원이나 하는데, 10회 사용하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져 교체하도록 프로그래밍해 놓았기 때문에, 그 때마다 로봇 손을 새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보험적용이 안돼 적게는 700만원, 경우에 따라 1,500만원이나 되는 비용을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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