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선진국 인플레 공포 줄자 국채 투매… 신흥국 '2차긴축 발작' 전조인가

미·독 10년물 금리 각각 5·6개월 만에 최고

증시로 불안감 확산 미·유럽 주가도 하락세

미 금리인상땐 신흥국 타격 2013년보다 클듯


"독일 국채금리 발작(가격 급락)은 미래에 더 큰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다."(개빈 데이비스 풀크럼자산운용 회장)

이처럼 유럽·미국 등 선진국 국채 가격이 연일 폭락하면서 글로벌 자산거품 붕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선진국의 국채 수익률 급등은 신흥국에서 외국인자금의 엑소더스(대탈출)을 촉발하며 세계 경제를 위협할 '그레이스완(gray swan)'이 될 것이라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그레이스완은 예측 가능한 악재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위기 요인을 뜻한다.


◇디플레이션 공포 줄자 국채에서 자금 썰물=11일(현지시간)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3.036%를 기록하며 지난해 12월5일 이후 처음으로 3%대로 올라섰다. 10년물 국채금리도 2.267%로 마감하며 역시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주 미국 재무부의 신규 국채발행을 앞두고 물량 부담이 커진데다 유로존 국채 투매 사태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이날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6%포인트 급등한 0.61%를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채 수익률 급등에 따른 불안감은 증시로 전염되면서 미국과 유럽 주요국 주가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노무라의 조지 곤칼브스 금리전략수석은 "선진국 국채금리 상승은 나쁜 전조의 시작"이라며 "투자가들이 값싼 자금과 저금리의 종말로 받아들일 경우 대부분의 금융자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국채 가격 급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간 문제로 등장한데다 유럽도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주요20개국(G20)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전달(2.6%)보다 상승하며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물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유가반등 등에 힘입어 최소한 디플레이션 공포에서는 벗어났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주요10개국(G10) 가운데 미국과 스위스를 제외할 경우 인플레이션 회복세가 완연하다"며 "디플레이션 대신 리플레이션이 금융시장의 새로운 유행어가 됐다"고 설명했다. 리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을 벗어나 심각한 물가상승을 초래하지 않을 정도로 통화가 팽창하는 국면을 의미한다. 실제 투자가들은 앞으로 5년간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연평균 1.7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파생상품에 베팅하고 있다. 올 1월에는 1.4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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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2차 긴축 발작'의 전조인가=물론 당분간 독일 10년물 국채와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각각 1%, 3%선을 돌파하는 등의 추가적인 폭락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연준이 올해 9월쯤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긴축 속도가 느릴 것으로 보이고 유럽중앙은행(ECB)도 내년 8월까지는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한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글로벌 채권 시장이 순식간에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규제로 은행들의 채권투자 비중이 과거보다 낮아진 가운데 대신 빈자리를 메운 채권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보유 포지션을 한꺼번에 정리하면서 투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스 회장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정상화했을 때 쏠림 현상으로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고 금리 변동성이 증폭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신흥국은 미 국채 수익률과 달러화 가치가 동반 상승하면서 '슈퍼 긴축 발작(taper tantrum)'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013년 여름 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사로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자 신흥국은 주식·채권·통화 가치가 트리플 약세를 보이면서 금융위기 직전까지 몰렸다.

마노즈 프라드한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몰렸지만 일부 취약국들은 펀더멘털 개선에 실패했다"며 "2차 금리 급등의 충격은 1차 때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상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NN투자파트너스(NNIP)에 따르면 3월 현재 지난 3개 분기 동안 신흥국에서 유출된 자금 규모는 6,001억달러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많았다.

또 아시아 신흥국도 지금은 선진국 국채 투매 사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지만 연준의 금리인상 때는 대형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대기업들이 은행 대출 대신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발행해왔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채권시장 규모는 1조400억달러로 2008년 이후 3배로 커졌지만 대기업들의 은행 대출액은 4,073억달러로 2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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