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28일 44년 만에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새벽 전했다.
북한 인민군을 관장하고 군사정책을 총괄하는 당 중앙군사위의 위원장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재선임돼, 결국 김정은이 군사 분야의 명실상부한 ‘2인자’로서 군 장악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북한 노동당의 기존 직제에는 당 중앙군사위의 부위원장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 김정은을 위해 신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최근 군의 실세로 급부상한 리영호 군 총참모장도 이번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됐는데, 군 경험이 거의 없는 김정은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한 데 이어 중앙군사위의 부위원장직을 새로 만들어 임명한 것은 공식 후계자 지위를 더 분명히 한 의미가 있다”면서 “김정은의 나이와 경력을 감안할 때 정치국 상무위원 같은 자리에는 앉히지 어렵기 때문에 중앙군사위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바로 아래 자리을 줘 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대표자회가 28일 김정일 동지께서 참석한 가운데 평양에서 성대히 진행됐다”면서 “김정일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추대하는 추대사를 김영남이 했다”고 전했으나 김정은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통신은 또 “당 대표자회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지도기관을 선거하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의 2010년 9월 전원회의 결정 내용이 통보됐으며, 김영남이 폐회사를 했다”고 밝혀 이번 당 대표자회가 하루만에 끝났음을 분명히 했다.
관심을 모았던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리영호 군 총참모장 5명이 선임됐다.
김정은과 함께 ‘군 대장’ 칭호를 받은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당 경공업부장)는 당 정치국 위원에 임명됐고,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당 행정부장 겸임)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중앙군사위 위원이 됐다.
정치국 위원으로는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해 김영남ㆍ최영림ㆍ조명록ㆍ리영호ㆍ김영춘ㆍ전병호ㆍ김국태ㆍ김기남ㆍ최태복ㆍ양형섭ㆍ강석주ㆍ변영립ㆍ리용무ㆍ주상성ㆍ홍석형ㆍ김경희 등 17명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는 장성택 외에 김양건ㆍ김영일ㆍ박도춘ㆍ최룡해ㆍ주규창ㆍ리태남ㆍ김락희ㆍ태종수ㆍ김평해ㆍ우동측ㆍ김정각ㆍ박정순ㆍ김창섭ㆍ문경덕 등 15명이 선임됐다. 특히 리영호는 정치국 상무위원과 함께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정치국 위원 등의 요직을 여러 개 차지해 군부의 새로운 `실세'로 급부상했다.
또 모두 4명이던 비서국 비서 중에는 김기남.최태복 2명만 재임명되고, 여기에다 최룡해 전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를 비롯해 문경덕ㆍ박도춘ㆍ김영일ㆍ김양건ㆍ김평해ㆍ태종수ㆍ홍석형까지 8명이 새로 비서로 임명됐으나, 누가 어떤 분야 업무를 전담하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당 부장으로는 기존의 장성택ㆍ리영수ㆍ홍석형ㆍ김경희ㆍ오일정ㆍ김양건ㆍ김정임ㆍ채희정ㆍ태종수 등이 건재한 가운데 김기남 비서와 김평해ㆍ주규창ㆍ최희정 4명이 새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