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가 올림픽 이후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로 곤두박질치자 국내의 중국 관련 업종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철강ㆍ화학ㆍ해운 등 중국 관련주들은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대내외 악재에 흔들리는 국내증시의 추가 하락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설비투자 감소, 인플레이션, 환율불안 등 중국경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며 중국증시가 급락하자 국내증시의 중국 관련주들도 ‘중국발 폭염’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유가하락과 금융위기 진정 등 증시 호재가 중국 악재에 묻히고 있는 셈이다. ◇철강 등 중국 관련주 경착륙 우려로 급하강=베이징올림픽 이후 설비투자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철강 등 소재업종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증권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철강ㆍ금속업종지수는 8월 들어 12일 현재 12.7% 하락했다. 시가총액 2위인 포스코 주가는 이틀을 제외하고 하락세를 지속, 12일까지 14.1%나 빠졌다. 현대제철도 17.21% 떨어졌으며 동국제강도 17.30% 급락하는 등 주요 철강주가 동반 추락했다. 중국 관련주로 분류되는 기계(-0.39%), 화학(-1.28%), 운수장비(-6.28%) 업종도 이달 들어 약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이 -0.25%로 보합 수준을 유지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그동안 중국경제 경착륙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중국 관련주들은 가장 먼저 반응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한 지난 2004년 1~3ㆍ4분기와 2006년 3~4ㆍ4분기에도 경착륙 논란이 불거지자 관련 업종이 치명타를 입었다. 이번에도 4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데다 생산자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경착륙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중국경제가 다시 성장세를 보이면 중국 관련주들이 가장 먼저 반등했다”며 “그러나 중국경제 규모가 커진데다가 인플레이션, 세계경기 둔화 등의 대외변수까지 겹쳐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버거운 증시에 ‘큰 짐’=중국 변수는 중국 관련주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증시에 대형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유가 및 금융위기 완화로 미국증시의 분위기는 호전되는 데 비해 국내증시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중국 변수 때문이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선진국 시장과 달리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인플레이션ㆍ환율ㆍ금리 등에 따른 내수침체 우려와 중국 성장둔화 등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기둔화 시그널은 가뜩이나 버거운 국내경제에 큰 부담을 지우고 결국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경제 및 증시의 반등이 단기간에 나타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증시에 상당 기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팀장은 “중국이 오는 2010년 엑스포를 감안해 다시 설비투자가 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으나 과거와 같은 고성장세를 이어가기는 힘들다”며 “당분간 중국 관련주들의 고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