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의 파문이 눈덩이처럼 확산되고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배후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면서 칼날이 노무현 대통령 주변을 향해 겨누고 들어오자 청와대가 정면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변 전 실장의 개인 스캔들이나 민정수석실의 검증 부실 등에 대해서는 수세적일 수밖에 없지만 사태가 노 대통령 주변에까지 이어지는 것은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노 대통령 주변 배후설은 사전에 뿌리뽑겠다=청와대 핵심 당국자는 13일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변 전 실장의 부인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관련 사실을 기사화하면서 ‘배후설’ 등을 언급할 경우 무조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몸통이나 배후설 등에 대해선) 전투 모드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영부인의 오찬은) 권 여사가 먼저 제의한 것으로 변 전 실장을 위로한 것이 아니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인간적 차원에서 가장 힘든 변 전 실장의 부인을 위로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노 대통령도 당일 오전 기자간담회에 앞서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천 대변인은 특히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에서 몸통이나 윗선이니 하는데 더 높은 차원의 권력실세가 누구인지 묻고 싶다”고 전제,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돼 있다”며 악의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비서진‘집단 문책’은 없다=청와대 비서진의 전면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는 “구체적으로 개별적인 과오가 없는 참모는 문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누누이 밝혀왔다”며 “노 대통령은 수사결과를 보고 개별적인 잘못이 있다면 그 때가서 문책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의 이런 입장은 사전 검증 소홀로 인책론이 불고 있는 민정수석 등에 대해서도 수사의 윤곽이 드러날 즈음에나 교체 여부를 결정하되 여타 참모진에 대해서는 책임을 추궁하지 않겠다는 ‘최소 범위의 인책론’을 의미한다.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초기 대응이 소홀했다는 지적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는 특히 법무장관이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변 전 실장의 연루 사실을 보고한 후에야 신정아씨의 청와대 출입 기록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전 실장 본인 동의 없이도 확인 가능한 출입기록조차도 사전에 알아보지 않았던 셈이다. 변 전 실장의 파문이 본인 문제도 있지만 청와대의 허술한 사전 검증(조사)가 잉태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태 조기 매듭 기대=청와대는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강조하고 있지만 사태가 조기에 매듭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중차대한 국가 대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사태가 마냥 확대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또 하나의 ‘판도라의 상자’로 인식되는 변 전 실장의 청와대 컴퓨터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관련해 천 대변인이 이날 “검찰이 곧 (압수수색을) 요청할 것이고 최대한 빨리 협조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