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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말이야기] 짧은 다리로 힘찬 점프… 포니랜드의 재주꾼 블랙펄

장애물을_넘는_블랙펄

과천 렛츠런파크 서울에는 1,500마리가 훨씬 넘는 말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광활한 경주로를 질주하는 경주마들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지만 어린이들에게 제일 인기 있는 말들은 큰 개와 크기가 비슷한 미니어처 호스입니다. 앙증맞은 크기와 귀여운 외모 덕분에 큰 사랑을 받고 있지요. 애완용·관상용으로 개량된 작은 말들은 렛츠런파크 서울에 마련된 '포니랜드'에서 예쁜 모습을 뽐내곤 합니다.

포니랜드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말 미니어처를 비롯해 몸집은 작지만 탄광이나 고산지대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는 데 사용됐던 셰틀랜드 포니, 점박이 말 아팔루사, 1톤의 몸무게를 자랑하며 마차를 끌던 클라이데스데일 등 전 세계에서 온 10종의 다양한 말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말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갈기를 쓰다듬고 각설탕과 당근을 먹여주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곳의 말들은 예쁜 모습 덕분에 스타 연예인처럼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 줘야 하는 고충(?)도 있습니다.

혹한기를 제외한 시기에 주말마다 벌어지는 미니호스의 점프 공연은 포니랜드의 다양한 볼거리 중에서도 백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둘러싼 작은 원형 경기장 안에는 일반 승마대회의 장애물을 축소한 가로대가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예쁘게 치장한 말들이 전문 관리사들과 짝을 이뤄 입장합니다. 작은 규모에 낮은 장애물이지만 점프가 시작되기 전의 긴장감은 여느 올림픽 대회를 방불케 할 정도입니다.

렛츠런파크 서울의 미니어처 호스 장애물 점프쇼 대표 선수로는 '블랙펄(Black Pearl)'을 꼽습니다. 2007년 호주에서 태어난 수말인데 호주 장애물넘기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을 정도의 실력자입니다. 블랙펄은 비록 짧은 다리를 가졌지만 힘찬 도움닫기와 가로대 앞에서도 주저함이 없는 과감한 점프로 관객들의 환호성을 불러일으킵니다. 심지어 신호에 따라 앉거나 앞발을 들기도 하고 입꼬리를 올리는 '스마일~' 표정도 가능한 재주꾼입니다.

공연 때마다 이 작은 말에게 새삼 감탄하고 감사하게 됩니다. 블랙펄의 재주에 반한 어린이들의 얼굴을 보면 렛츠런파크 서울에 대한 기억이 어떤 빛깔일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지금 포니랜드는 잠시 문을 닫았습니다. 한겨울에 공연을 쉬는 까닭도 있고 테마파크로의 변신을 위한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 중인 이유도 있습니다. 2010년 선물처럼 와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블랙펄, 내년에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포니하우스에서 따뜻한 겨울을 나기를 기원합니다. /김정희(말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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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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