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6월 26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삼성

삼성이 새로운 도전과 실험에 나섰다. 그룹 경영의 핵심인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이건희 회장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 대주주로만 남기로 했다. 삼성 70년 역사에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하는 동시에 그룹식 경영에 종지부를 찍고 계열사 독립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관제탑이 사라지고 자율ㆍ독립경영의 새로운 출발점에 선 삼성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삼성이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회장-전략기획실-계열사’로 이어지는 일사불란한 시스템이 밑거름이 됐다. 이제 강력한 경영체제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진에 의한 독립적인 경영으로 전환됐다. 우선 경영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다. 국제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경영공백이 생길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룹 단위의 경영비전 설정과 계열사 간 중복사업 방지, 대규모 투자 조율, 사업 구조조정, 자원배분 및 인사관리 등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계열사 간 업무조정을 위해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를 두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계열사 독립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 정착도 서둘러야 한다. 전문경영인에 의한 독립경영이 국제적인 추세이고 장점도 많기는 하지만 단기이익에 치중할 경우 장기 성장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윤리경영을 강화하고 기업체질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하다. 총수 사퇴를 물러온 쇄신안은 불법적인 비자금 조성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에서 비롯됐다. 쇄신안을 통해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지주회사 전환 및 순환출자 해소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4~5년 뒤로 미룬 것이나 2조원의 차명재산 처리시간을 명확히 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앞으로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삼성은 국가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삼성이 이번 쇄신안을 계기로 이런 위상에 걸맞게 윤리경영과 경쟁력 강화에 힘써 국민의 신뢰를 얻으며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