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대형 아파트 갈아타기 해볼까

끝모를 집값 하락세…"아직은 시기상조"<br>내년 상반기까지 관망후 금매물 위주 접근<br>경공매·블루칩 분양 시장등도 눈여겨 봐야




경기도 성남시 분당 T아파트 80㎡형에 살고 있는 K씨는 최근 중대형 아파트로 갈아타는 문제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K씨의 아파트 시세는 현재 3억6,000만~3억8,000만원으로 올해 초에 비해 약 1,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같은 단지 내 중대형 아파트 106㎡형은 3,000만~4,000만원이 떨어져 5억4,000만~5억6,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올해 초에 비하면 갈아타는 비용이 2,000만~3,000만원 줄어드는 셈이니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아 보니 무턱대고 갈아탔다가 ‘실속’은커녕 ‘손해’만 볼 것이라는 주위의 만류가 만만치 않다. 경기침체 한파로 중소형 아파트에서 중대형 아파트로 갈아타는 비용이 크게 줄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와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서울 지역(재건축 제외) 아파트 전용 60~85㎡ 중소형에서 전용 85~102㎡ 중형으로 갈아타는데 드는 비용은 2억4,717만원으로, 올해 초 (2억8,038만원)에 비해 3,321만원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형에서 전용 102~135㎡ 중대형으로 갈아타는 비용도 올해 초 3억7,754만원에서 3억5,695만원으로 2,059만원 줄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갈아타기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진행되고 잇는 집값 하락세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최대한 관망해라=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의 집값 하락세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혼란을 거듭하면서 단순히 국내 주택 경기만 갖고 집값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고금리 은행 대출을 받아 중대형으로 갈아탔다가 애써 모은 자산마저 집값 폭락의 ‘희생양’으로 바칠 가능성이 크다. 박상언 유앤알 컨설팅 대표는 “주택경기가 안 좋아질수록 중대형 아파트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 까지는 기다렸다가 종부세 회피 매물 등 급매물을 노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도 “지금 시장에 급매물이 나왔다고 무조건 매수하는 것보다는, 당분간 관망하면서 보수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에는 ‘강남 중대형은 10억 이상, 분당 중대형은 6억 이상’이라는 아파트 가격의 ‘심리적 저지선’마저 뚫리고 있어 좀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존 주택 팔고, 급 매물 잡아라= 설사 내년 초께 부동산 경기에 다소 ‘훈풍’이 분다 해도 세계 경기를 볼 때 전향적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대형 갈아타기를 시도할 때는 ‘기존 집을 팔고, 새 집에 들어간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매수세가 많지 않은 시장에서는 급한 마음에 먼저 집을 사놓고,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급매물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기더라도 고점 대비 얼마나 가격이 떨어진 매물인지 국민은행 시세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함 실장은 “지역에 따라 장기적인 투자기치를 따져 어느 정도 떨어진 급매물을 잡을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어설픈 급매물에 혹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금 계획도 치밀하게 짜야 한다. 격차가 줄었다고 하지만 갈아타기 비용은 평균 수억원이 넘는 만큼 은행 대출 한도 등을 면밀히 확인해 매수 예약을 해야 한다. ◇경매시장, 블루칩 분양 시장 눈여겨봐라=일반 매매 시장에서만 갈아타기를 시도하기 보다는 경매시장을 눈여겨 보거나, 도심ㆍ역세권 등의 블루칩 중대형 분양 물량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매시장에서는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처분조건부 담보대출자들이 매물이 나오고, 대출 금리 상승 등으로 급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경매는 반년 이후 입찰에 부쳐지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주택 경기 둔화 추세가 내년 상반기 쯤에 경매시장에 반영될 가능성 크다”며 “자기자본 비율이 높은 실수요자은 중대형 매물을 경매시장에서 구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올해 말까지 지역적으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초, 중구, 광교신도시 등에서 중대형 아파트 분양이 봇물을 이룰 예정이라, 이들 지역의 물량에도 관심을 가져 볼만하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정부나 민간에서 최근 중소형으로만 공급을 늘리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3~4년 후에는 중대형이 경쟁력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올 연말 까지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내년 상반기쯤 갈아타기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