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총 자산액이 11조원을 넘어서며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특정 상품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ETF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참여 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국내 ETF 시장의 총 자산규모는 11조6,710억원, 상장종목 수는 121개에 이른다. 지난 2002년 시장이 처음 생길 때만해도 4개 종목 3,444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연평균 42%의 성장률을 보이며 10년 만에 33배나 커진 것이다.
ETF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아직까지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고, 일부 종목에만 거래가 쏠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TF 시장 전체 투자자 중 개인의 비중은 47.4%나 됐지만 기관은 15.3%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미국의 ETF 시장에서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인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상장 종목 중 레버리지ETF(44.8%)와 인버스ETF(29.9%)가 하루 전체 거래량의 74.7%를 차지하는 등 쏠림 현상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ETF시장이 현재와 같은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목표로 세우고 있는 2020년까지 ETF 자산총액 100조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주식에 직접 투자하더라도 기금운용본부에서 일종의 인덱스 형태로 운용할 역량이 충분하다”며 “별도의 운용보수 등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ETF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중앙은행 등이 적극적으로 ETF 시장 육성에 나서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도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2010년 말부터 지난 4월까지 약 1조엔 규모의 ETF를 사들이기도 했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본부장은 “미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ETF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비중이 50%를 넘어섰지만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은 아직 ETF투자규정도 확립되지 않은 곳이 많다”며 “그러나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점차 고위험ㆍ고수익 운영에서 벗어나 합리적 포트폴리오를 짜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ETF 시장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ETF 시장에서 기관들의 참여가 높은 데다 국내 ETF 인프라도 자리를 잡아가는 만큼 운용 편의성 등의 측면에서 점차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퇴직연금시장 성장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ETF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용국 거래소 증권상품시장부장은 “국민연금이 투자 규정을 마련해 ETF 투자에 나설 경우 개별종목 편입한도인 10%를 우회할 수 있는 대체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운용사별로 연기금이나 생명보험회사 등 기관에 따라 운용 보수를 저렴하게 한다든지 특정 업종에 특화된 ETF 상품의 개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