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랩 규제, 해외펀드 위축시키나

中본토펀드 위탁운용 안돼 자문 없이는 운용 불가능…투자자 혼란 우려


과열된 랩어카운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만든 규제가 해외펀드까지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불티난 듯 판매되는 중국본토펀드의 경우 해외전문기관의 자문 없이는 사실상 운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랩 규제로 중국 본토펀드 투자자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5일 금융위원회와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투자일임 제도개선방안'을 통해 금융투자업자 대상 자문의 경우 '종목과 비중'을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등 사실상 운용에 해당하는 정보제공을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자문형 랩을 운용하는 증권회사가 투자자문사로부터 받은 내용을 그대로 실행, 사실상 자문사가 랩을 운용하게 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증권회사뿐 아니라 자산운용사의 펀드 역시 자문사로부터 받은 내용을 거의 똑같이 운용하는데 자산운용사를 믿고 돈을 맡기는 투자자 입장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정보를 받는 것은 좋지만 종목ㆍ비중 등 운용에 준하는 정보를 매일 받는 것은 문제가 있고 이는 국내펀드나 해외펀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 같은 해석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해외펀드의 경우 해외법인이 운용하지 않는 한 다른 해외운용사에 100% 위탁운용을 하거나 해외자문사를 끼고 국내에서 운용하는 두 가지 방식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자문내용을 제한하게 되면 위탁을 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자문사의 자문내용에는 종목과 비중을 포함한 모델포트폴리오가 매일 기본적으로 제공된다"며 "핵심정보를 빼라는 것은 사실상 해외펀드를 국내에서 운용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의 한 관계자도 "위탁운용을 맡기면 선진 금융노하우를 전수 받을 기회가 없지만 자문을 받으며 국내 운용을 하면 단계적으로 직접투자를 준비할 수 있다"며 "해외펀드의 경우 자문료는 자문 이상의 수업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끄는 중국본토펀드는 자문을 제한할 경우 부작용이 더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H주(홍콩)에 투자하는 펀드와 달리 중국A주에 투자하는 본토펀드는 중국법상 위탁운용이 전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홍콩에 현지법인이 있는 일부 운용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국본토펀드는 현지업체로부터 종목선택에 대한 자문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시장법상 해외자산에 대해 100% 위탁운용이 가능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문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펀드는 100%, 국내펀드는 20%까지 일임 위탁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자문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위의 완화된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해외자문은 해외 운용경험이 없는데도 해외 투자수요는 있다 보니 나타나는 과도기적인 현상"이라며 "위탁운용이면 위탁운용, 직접운용이면 직접운용이어야지 법률적으로 불확실한 자문을 받을 경우 책임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자문내용은 제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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