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중국인의 입맛


상다리가 부러질만한 성찬이 펼쳐진다. 아버지는 다 큰 세 딸이 찾아오는 주말을 기다리며 한결같이 요리를 만들었다.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리안(李安) 감독이 1994년 만들어 숱한 화제를 모았던 ‘음식남녀’의 장면이다. 구체적인 줄거리는 기억 속에 희미하지만 스크린 속에서 쏟아지던 화려한 중국 요리들이 아직도 손에 잡힐 듯 눈에 선하다.


△중국은 음식의 천국이다. 모든 먹는 것이 중국에 있다는 ‘식재중국(食在中國)’의 뜻에서 보듯이 악취의 두부에서 벌레까지 정말 다양한 먹을거리가 존재한다. 오죽하면 의자ㆍ비행기ㆍ잠수함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나왔을까. 일부에서는 음식 종류가 1만5,000가지를 넘는다고도 추론한다. 남다른 식탐은 권력의 과시욕으로도 나타났다. 중국 황제의 하루 식자재로 1.5톤 트럭 하나가 가득 찰 정도를 사용한 것이나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만한취엔시(滿漢全席)에서 사흘 동안 만주족과 한족의 최고급 요리 100가지 이상 내놓는 호화로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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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음식 향연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광대한 영토에서 나오는 풍부한 물산 덕분이었다. 특히 수나라 때 완성된 1,515㎞ 길이의 대운하는 쌀을 비롯한 강남의 풍부한 농산물을 중국 전역에 퍼지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중앙아시아 지역의 소수민족과 만주의 농산물과 축산물이 결합하고 담수어 양식까지 보태지면서 세계 최고의 식문화를 이뤘다. 단 하나 짧은 해안선으로 인해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이 부족하다는 게 흠이었다.

△그런 중국인이 최근 참치와 굴 등 고급 해산물에 맛들이며 수요를 크게 늘리자 국제 해산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껑충 뛰었다. 굴 값은 3년간 무려 2배, 참치와 연어도 1년 새 12%와 27%나 올랐다. 무려 13억명이 달라붙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자원, 곡물에 이어 이젠 생선까지 싹쓸이하는 중국인. 그 왕성한 식욕이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서민의 식탁까지 먹어 치울까 두렵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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