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성이 낮은 설비를 3ㆍ4분기 내로 해외로 이전하는 등 볼륨 위주의 성장을 버리고 사업 효율성에 중점을 둔 시스템으로 재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현재 파워모듈과 튜너 모듈 등 디스플레이&네트워크(DN)사업부의 생산기지인 광주공장을 오는 3ㆍ4분기 이후 차량용 텔레메틱스 및 노트북용 무선 통신 부품 기지로 전환한다.
LG이노텍 관계자는 "현재 광주공장의 DN사업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으며 빠져나간 생산라인을 대신해 무선 통신 모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며 "광주공장은 노트북에 들어가는 와이어리스 모뎀과 자동차 텔레메틱스 부품을 중심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텔레메틱스는 통신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내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로 성장 유망 사업으로 꼽히는 분야다. LG이노텍은 텔레메틱스를 비롯해 차량용 전장부품 사업을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 파워 모듈 및 튜너모듈 생산라인은 중국 연태 법인과 인도네시아 법인으로 각각 이전한다. 박희창 LG이노텍 최고 재무책임자(CFO) 상무는 이와 관련, "3ㆍ4분기까지 파워모듈과 튜너모듈 등 기존 DN사업부는 해외 법인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워모듈과 튜너모듈은 TV의 전원 및 채널전환을 담당하는 부품이다. LG이노텍 전체 매출 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캐시카우지만 수익성이 높지 않다. LG이노텍은 이에 LG전자 등 거래처에 공급하는 제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DN사업부를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옮기기로 했다.
LED와 인쇄회로기판(PCB) 사업도 고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분위기다. LG이노텍은 PCB사업에서 수익성이 높은 플레서블PCB나 PCB 패키지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발광다이오드(LED) 역시 생산성이 낮은 제품의 재고 처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생산시설을 활용해 차량 전장을 강화하는 방향은 장기 성장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판단"이라며 "전방산업 부진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전략적 선택은 적시에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LG이노텍의 사업 구조조정이 새로운 성장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이웅범 사장은 신규 취임 이후 '사업구조의 질적개선'을 경영기조로 내걸고 "성장 분야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올 초 이 대표이사 체제가 출범한 후 LG이노텍은 기존의 볼륨 성장 위주의 전략을 버리고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며 "올 한 해는 내년 이후 본격성장을 준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만큼 사업 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