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 (하) 손님이 잠잘 곳부터 마련하자

수도권에 중저가 호텔 3만실 건립… 숙박난 해결 나선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한옥을 선호하면서 한옥 게스트하우스도 늘고 있다. 서울 혜화동 한옥 게스트 하우스 '유진이네 집'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어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정부, 규제 완화·토지 싸게 공급
10만원 내외 주상복합호텔 허용
민간 숙박시설 신·증축도 독려 일반 가정서 전통문화 체험·숙박
한국형 B&B 사업도 적극 추진
"쇼핑과 숙박 모두 만족스러울 거라는 여행사 말만 믿고 왔는데 숙소가 경기도에 있는 호텔이더군요. 명동에서 쇼핑하다가 숙소로 돌아가려고 오후4시부터 서둘렀어요. 한국에 다시는 오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10일 명동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저우샤오콴(45)씨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불만부터 터뜨렸다.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시설에 대한 불편과 불만은 이들의 방한규모가 늘어날수록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지역의 관광 호텔 객실 이용률은 85~90%에 달해 숙박시설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여행업체끼리 출혈경쟁까지 벌어지면서 저가 여행상품에 맞춰 서울 변두리 모텔에 투숙시키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숙박난 해결에 정부가 나섰다=역세권에 있는 특급호텔은 1박당 가격이 20만원을 훌쩍 넘어 가격부담이 크고 10만원 전후의 중저가 관광호텔은 서울시내에서 찾기 힘들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유치의 최대 걸림돌이 숙박난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정부가 문제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3만실의 관광호텔이 확충될 수 있도록 민간투자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2만실을 착공하고 내년에 1만실을 추가 착공하면 3년 내에 외국인 관광객 숙박난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영화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진흥과 사무관은 "외국인 관광객 숙박의 60% 이상이 서울에 몰려 있으며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수용할 만한 중저가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저렴한 가격에 접근성까지 좋은 관광호텔의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관광호텔 확충에 걸림돌이 됐던 각종 규제를 손질하면서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이 숙박시설 신축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특히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 기존에 금지됐던 호텔과 주거시설이 결합된 '주상복합호텔' 건축이 허용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감정가 이하로 토지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에 관광호텔이 포함되도록 '도시개발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한다. 이렇게 되면 3.3㎡당 700만원 내외의 토지를 조성원가인 400만원대에서 공급받을 수 있어 투자수익이 보장된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한국형 관광호텔 키운다=11일 오후3시 서울 을지로5가의 호텔아카시아에서 만난 천위쉬안(29ㆍ대만)씨는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지난해 초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가 첫눈에 반했다는 그는 "두타나 밀리오레 등 동대문 상권과도 가깝고 지하철역이 근접해 명동이나 강남으로 이동하기도 편리해 일부러 이 호텔을 선택했다"며 "첫 한국 방문 때 롯데월드호텔에서 숙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숙박비가 절반 이상 저렴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주중 숙박비가 9만원(2인실 기준) 수준인 이 호텔은 모든 객실에 인터넷과 PC가 장착됐고 닌텐도 게임기 '위'도 대여해주고 있어 20~30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정진만 총지배인은 "전체 투숙객의 70~80%가 외국인 관광객이며 이 가운데 대만ㆍ홍콩ㆍ중국 등 중화권 고객 비중이 70%를 넘는다"고 소개했다. 최근 이처럼 실속형 숙박 서비스를 표방한 토종 호텔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관광공사가 추진 중인 중저가 관광호텔 체인 브랜드 '베니키아(BENIKEAㆍ베스트 나이트 인 코리아)'는 호텔아카시아를 포함해 44개 호텔이 등록해 있으며 가격정책뿐 아니라 호텔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일반 가정집에서 머무르며 한국적 정서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된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한국형 'B&B(Bed&Breakfast)' 사업인 '코리아 스테이(Korea Stay)'를 야심차게 추진한다. 코리아 스테이는 가정문화를 체험하는 홈스테이와 숙박 위주의 B&B 유형으로 구분돼 운영될 예정이다. 본인이 소유 또는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숙소로 제공할 수 있으며 시설 수준과 외국어 구사능력 등이 공사에서 제시하는 인증기준에 적합한 가구주는 누구나 호스트로 신청할 수 있다. 공사는 앞으로 객실관리, 글로벌 에티켓 등을 내용으로 하는 '코리아 스테이 아카데미'를 개설해 게스트 응대에 관한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참 관광공사 사장은 "1~2인 가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40%를 넘어서면서 큰 아파트에 노부부 둘만 사는 가구도 많다"며 "법령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해 유럽처럼 자신의 아파트에서 숙박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한옥을 선호하게 되면서 한옥 게스트하우스도 늘고 있다. 혜화동에서 한옥 게스트하우스 '유진이네 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연(46) 대표는 일본과 중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도움이 된다. 김씨는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 나라의 전통문화였던 것 같다"며 "우리 집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세계 어디서나 경험할 수 있는 서양식 잠자리보다는 한옥의 온돌방을 훨씬 좋아한다"고 말했다. 조민호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외래 관광객 1,000만 시대 진입을 위해서는 숙박난 해소가 중요하다는 국민적 인식이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중저가 관광호텔 육성 방안이 다각적으로 실행돼야 한다"며 "서울뿐 아니라 지방 주요 도시에도 중저가 호텔을 활성화하면 해외로 빠져나가는 내국인 관광 수요까지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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